지난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선언,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대운하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대운하 재개 가능성의 공식적인 총대를 자청한 사람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정 장관은 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들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사석에서는 이미 여권 인사들이 대운하를 다시 얘기하고 있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 역시 사견을 전제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운하로 돌파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친이 의원들도 “대운하는 잘못 알려진 측면이 많다”며 미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촛불정국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운하가 다시 고개를 내밀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측면도 있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도 지난달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최근 여당 친이 초선의원들이 주축인 정책연구모임을 두고 “대운하를 재추진 하려는 모임 아니냐”는 의심섞인 시각도 있었다. 어쨌든 대운하가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기가문제지 언제든지 대운하의 삽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추진 하자”며 팔을 걷어붙이는 기세는 아니다. “지금 대운하를 다시 꺼내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여권 내 다수론이기 때문이다.

다만 툭 던져 놓고 여론을 떠 보려는 의도는 엿보인다. 이런식이라면 앞으로 대운하는 여러 차례 고개를 내밀 것 같다. 국민들은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포기’로 받아들였지만, 이 대통령과 핵심인사들은 ‘잠시 눈치보기’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여건이 무르익으면 대운하는 언제든 테이블 위로 올려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경제가 어렵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또 다시 소모적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대통령이 선을 긋고, 관련 기관까지 해체한 만큼 이 시점에서의 재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논의조차 금기시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삽을 뜰 것 같은 예감…그것이 대운하를 둘러싼 여권의 기류다.

하지만 진정 대운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운하가 무엇인지 알고 운하를 판다고 하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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