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철도역사의 금자탑으로 떠오른 대구-부산간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에 설치된 콘크리트 침목들이 상당수 균열된 가운데 잔여 설치물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와 철제 레일의 무게를 떠받치는 핵심시설인 콘크리트 침목의 균열은 현재까지 조사결과 방수재 대신 흡수재가 사용되면서 300여개에 균열이 발견됐다.
같은 방법으로 제조된 15만여개의 침목에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 보수 또는 교체가 시급한 상태다.
침목에 금이 갈 경우 레일의 휨 현상으로 열차가 탈선하는 등 대형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부실공사는 급조된 생산업체에 대한 허술한 감리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KTX 2단계 사업은 공사비 7조원이 투입되는 대형국책공사이다. 2002년 시작된 총 길이 254.2㎞(상.하행선 포함)의 레일 부설 공사는 현재 37%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KTX 2단계 사업은 국내 최초로 전 구간에 걸쳐 콘크리트 궤도 공법이 채택됐는데, 콘크리트 궤도는 침목이 바로 밑부분의 콘크리트로 단단히 고정돼 열차가 달릴 때 레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극히 적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갈 궤도에 비해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많이 소요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지.보수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일 부설 과정에서 레일 밑에 65㎝ 간격으로 설치되는 침목은 가로 길이 250.9㎝, 세로 28.1㎝, 높이 18.5㎝ 크기로 고속열차가 주행할 때 레일이 일정간격을 유지되도록 하고, 레일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해 휨 현상을 방지한다.
문제는 고속철도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부품인 이 침목에 균열이 생기는 등 부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17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일부 침목의 균열을 발견하고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3차례로 나눠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된 대구-경주 96.9㎞ 구간의 콘크리트 침목 15만3천여개 가운데 332개(0.2%)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대구-부산 전체구간에는 모두 35만8천여개의 콘크리트 침목이 설치될 예정이다.
공단은 시공사와 침목 제조업체, 감리회사 등과 원인분석에 나선 결과 침목과 레일을 연결할 때 방수역할을 하는 충진재가 들어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어이없게도 물을 빨아들이는 흡수재가 들어가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초 침목 설계도면에는 침목과 레일을 연결할 때 사용되는 부품인 매입전 내부에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압축 그리스.방수발포 충진재(充塡材) 등과 같은 방수물질이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지만 균열이 생긴 침목에 쓰인 매입전에는 반대로 물을 빨아들이는 재료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여름 장마철을 지나면서 지난해 4월께 설치된 침목의 매입전에 빗물이 스며들었고, 기온이 내려가며 얼다보니 부피가 팽창, 콘크리트를 들어올림으로써 침목에 균열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침목을 생산하는 천원레일원은 2006년 독일 원천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독일 현지법인인 레일원과 합자해 세워졌으며, 회사 대표도 독일인이 맡고 있다.
기술이전이 끝난 지난해 8월부터 독일인 기술자들이 모두 귀국했고, 독일인 대표와 감리업체인 ㈜한국철도기술공사 직원이 상주하면서 침목 생산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영남본부 이동호 궤도팀장은 “흡수재가 들어간 경위를 조사중인데 제조업체의 독일 기술자들이 설마 콘크리트 침목이 얼어서 터지리라고는 생각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과정에서 착오가 있지 않았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침목제작의 전 과정을 감리하는 업체도 생산업체에 독일기술자가 상주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고, 충전재가 침목 속에 파묻혀 있다보니 확인을 못했다는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검사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기술공사 관계자는 "2007년 6월 제품에 대한 샘플링 검사를 했을때는 분명 독일제였고, 이번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매입전이 독일에서 제작돼 침목으로 만들어지는 줄만 알았다"며 "2007년 8월부터 11월까지 일이 없어서 잠시 철수했었는데 그때 납품업체가 바뀐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감리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13명으로 구성된 기술 자문단이 17일부터 한달간 영천에 상주하면서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며 "레일원 측 독일 기술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대처하겠다"고 전했다.
공단은 국토해양부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합동조사단의 자문을 받아 내달부터 오는 6월까지 육안으로 균열이 확인된 침목을 전량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또 이상이 없는 침목이더라도 레일과 침목 연결부분에 흡수재가 들어가 있는 만큼 모두 방수 방포재나 그리스를 넣어 원천적으로 재발을 방지키로 했으며,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침목에 대해서도 탄성파시험 등 비파괴검사를 추가로 시행하는 등 확인을 거쳐 균열이 의심되는 침목 역시 교체키로 햇다.
교체 비용의 경우 시공사인 삼표 E&C에서 전액 부담하게 돼 정부예산이 추가 투입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시공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추가비용 부담은 시공사와 침목 제작사간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충전재는 쉽게 빼낼 수 있기 때문에 흡수성 발포재를 빼고 그리스를 넣으면 보수가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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