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인연’의 금아 피천득 선생은 ‘청빈과 무욕의 삶’을 누리며, 주옥같은 글로 우리네 심금을 울려 주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4일 오후 개최된 ‘피천득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축사를 통해 “장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어머니를 일컬어 ‘엄마께’란 헌시를 올리는 등 동심이 묻어난 ‘청빈하고 욕심없는 삶’을 누렸다”고 술회했다.

김 교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선생은 유산으로 상속된 부동산이 지금의 양재와 중곡동에 토지가 있으나 가족이나 자식에게 물려줄 욕심따위는 없으니까 미지의 부지를 찾는 일은 그만 두라할 정도로 무욕의 삶의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피천득 선생으로 부터 직접 전해들은 소담스런 젊은 시절 한토막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울의 어느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다말고 선생은 때마침 골목길의 이발소 거울에 비친 빼어난 미모의 여성을 좇아 서울역까지 뒤따라 갔으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 정도로 여린 심성이었다고 전했다.

손광성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은 “금아 피천득 선생의 일대기를 청탁받은 후 2,3회 남짓 글을 정리하던 어느날 불가피하게 인터뷰 중단을 요청해 그 당시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손 부이사장은 머잖아 피천득 선생의 서울 생가가 지금은 조그만 호프집이 자리잡고 있지만, 적절한 표지석이라도 만들어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의 친일 행각을 둘러싼 곡해에는 피천득 선생은 학창시절 남들은 일본으로 유학갈 때 본인은 중국으로 떠나리만치 친일에 대해 반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주지했다.

천하제일경 금강산에 한동안 출가했을 때도, 요시찰 인물로 의심하는 주지의 곱지않은 시선에 그만 하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구내 식당에 들러 음식 메뉴로 자장면을 택하자, 선생은 96세에 이르는 동안 단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이유를 들어 ‘혐오스럽지 않느냐’고 말해 소박한 생애의 한 단편을 보았다고 말했다.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피천득 선생은 와인의 맛을 모른데다 직접 술을 마시지 않고 색깔만을 바라본 것으로 만족할 정도”라며 살아생전 술은 사실상 입에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65년 선생과의 ‘주부생활’ 대담을 통해 ’64년 6월 남편의 임종 직전에 문병을 와 “왠일 이십니까? 나같은 늙은이가 먼저 가야하는데”라며 위로한 자상한 면을 상기했다.

500여 명의 문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어진 2부 세미나는 유자효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금아 선생의 진면목을 재조명 했다.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피천득 선생의 수필 세계’를, 권오만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피천득 선생의 시 세계’란 제하아래 강연이 이어졌다.

그 외 3부에서는 피천득 선생의 대표작인 ‘나의 사랑하는 생활’, 장충열 여류시인의 ‘이 순간’ 낭송으로 갈채를 얻은데다 피수영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교수가 연단에 올라 유족인사로써 대미를 장식했다.

<권병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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