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씨 새김아트로 탄생한 ‘삼족오의 땅 구미’

 

태양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이자 고대 아시아국가에서 신성하던 ‘삼족오(三足烏)’가 경상북도 구미의 역사문화브랜드로 부활했다.


 구미시는 그동안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에 기울어져 있던 도시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깊은 역사와 문화를 문화시대에 맞는 구미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활용하기 위한 삼족오 역사문화브랜드사업을 완료했다.

 구미시가 ‘삼족오’를 브랜드로 정한 것은 신라불교 초전지인 구미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도시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것. 시가 삼족오를 브랜드로 정한 것은 구미 도심에 위치한 금오산의 ‘금오(金烏)’가 삼족오의 다른 이름으로 명칭과 연관된 이야기가 전해오기 때문이다.


 불교를 신라에 처음 전파시킨 아도화상이 당시 대본산이라 불리는 ‘금오산’을 지나다가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새가 나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금오산(金烏山)’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당나라 국사 빛을 내는 새를 따라 왔더니 금오산에 이르러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이후로 검은 새가 빛을 띠며 날아왔다 하여 금오산이라 불리었다는 이야기 속에서 구미와 삼족오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구미의 중심에서 지형적인 랜드마크로 서있는 금오산이 삼족오와 깊은 연관이 있는 만큼 구미시는 그동안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역사문화 고장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다지기 위해 삼족오 브랜드사업을 실행해왔다.


 삼족오 디자인은 우리나라 독보적인 전각예술가이자 새김아트 창시자인 고암 정병례선생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역사문화브랜드의 의미에 맞게 고품격예술작품을 디자인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로고와 함께 길이 59㎝, 가로, 세로 12㎝의 돌에 태양과 삼족오를 새기고 구미와 삼족오의 관련 내용을 649자로 새겨 넣은 고암선생의 전각작품은 현재 구미시청 로비에 전시돼 있으며 작품 아래에는 렌즈를 두어 ‘삼족오의 땅 구미’ 인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고암선생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고구려 등 우리나라 역사와 밀접한 삼족오가 다른 지역에서도 브랜드 및 CI로 활용하고 있고, 저작권 등의 마찰을 해소한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구미시는 지난 1월, 고암 정병례선생에게 구미만의 삼족오를 의뢰해 지난 5월 17일 양도 등록 후 5월 31일 양도받았으며 전각 작품 외에도 행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전각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작품도 함께 받았다.


 구미시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길조로 풍요를 상징하는 삼족오가 21세기 명품도시 구미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또 하나의 문화적 자산이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 상징조형물 등 도시디자인 등 구미를 상징할 수 있는 다방면의 디자인에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삼족오의 땅 구미’ 작품을 제작한 고암 정병례 선생(62세)은 전각예술가인 회정 정문경선생으로부터 전통 전각고법(古法)을 전수받았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현대적 기법을 접목시켜 오방색이 가미된 ‘고암류 전각화’를 탄생시킨 전각가다. 


 돌에 글자를 새기는 전각에서 벗어나 문자와 회화, 조각, 디자인 등 예술적 특성이 집약된 새김기법으로 전각을 현대화시켜 스스로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으며 ‘풍경소리, 왕과 비, ’오세암, 명성황후‘ 등 드라마와 영화 등의 타이틀로 사용되는 등 대중적 인기가 높다.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MBC 타이틀 및 ‘바람을 품다’ 등 전각작품을 이용한 새김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구미=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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