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미적지근함이 그대로 전달된 탓일까. 음식물이 얹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결코 영화한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감독은 친일을 참으로 느슨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조금은 화가 났다. 물론 안다. 감독은 결코 친일을 변명하자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추측이나 짐작을 동원해보자면 친일을 해서 그 대가로 부를 쌓고 그 부로 대대손손 잘 살지라도 그것이 어디 정말로 잘 사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 아마 감독이 던지는 의미였을 것이다. 

다만 그 시대의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친일을 했는지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한 죄(?) 혹은 대가가 어떻게 후손에게 전해지는지 섬세하게 일상으로 통해 풀어내다 보니 그런 의미들이 매몰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친일을 가족 안으로 끌어들여 친일로 벌어들인 부는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되어 후손들은 친일과 바꾼 재산으로 유복한 삶을 이어간다.

가족들은 3대가 오는 동안 양심적인 고통을 겪을지언정 친일로 자신들을 유복하게 길러준 자신들의 조상을 절대로 미워할 수 없다.

 

이처럼 영화에서 가족 안에서의 친일에 대한 변명과 묵인은 영화 밖 관객에게도 우리사회의 최대 악질(?)친일부역자를 마음 놓고 미워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치 지금 우리사회가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으로 방어하고 이를 짚고 넘어가자는 사람들을 향해 빨갱이라는 사상을 묻혀 손가락질을 당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영화가 역사적인 스펙터클이나 위인같이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고 민족의 큰 서사적인 문제점을 다루면서 변명을 하려했던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친일에 대한 철저한 해부와 사필귀정 같은 결말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왜 친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미워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것을 3대가 되도록 영향을 받도록 했는지 모를 일이다. 

가족과 가족의 과거 혹은 치부는 죽어도 어쩌지 못하는 성역인가? 친일과 6.25를 거치고 개발독재시대를 사는 가족들의 고민... 어려운 문제다. 여기에 민족문제 역사문제 사회문제까지 확장하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아마도 너무 큰 고민을 하지 말라고 역사 민족 사회문제를 가족이라는 틀에 한정시켜 풀어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시대에 대한 고증이나 다음 대에게 전해지는 양심의 가책 같은 심리적인 묘사들은 참으로 탁월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배우가 역사적인 문제로 보지 말고 가볍게 보라고 주문을 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그리고 가족드라마라고 보기에는 문제의식이 큰 것 같다. 여전히 답답함은 풀리지 않고 있다.

제목: 계몽영화

감독: 박동훈

출연: 정승길, 김지인, 오우정, 이상현, 박혁권, 신규리

장르: 가족드라마

시간: 121분

등급: 15세이상 가

개봉: 2010 9월 16일

개봉관: CGV(강변, 구로, 상암, 오리, 인천, 서면)대전 아트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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