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에게 막대한 달러를 남겨주는 것은 곧 독이나 저주를 남겨주는 것과 같다."

세계적인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20세기 초 전 재산 3억 달러를 기부하면서 남긴 말이다.

노력의 대가 없이 얻어진 도를 넘는 상속과 경제 권력의 세습은 유산을 물려받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경구로 자주 쓰인다.

최근엔 ‘중국의 기부왕’으로 잘 알려진 천광뱌오(陳光標) 장쑤(江蘇)성 황푸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도 비슷한 명언을 내놓았다.

이달 5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를 통해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수치”라며 “이 세상을 떠날 때 재산 절반이 아니라 전부를 기부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의 기부 액수는 13억 4천만 위안(약 1천700억 원). 그가 통 큰 기부를 약속하고 나선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지난 6월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기부 서약) 운동에 자극받아서다.

게이츠와 버핏은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400명(전 세계의 40%)에 달하는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재산 기부를 독려키로 했다.

게이츠와 버핏 이외에 38명의 억만장자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약속했는데 금액으론 1천500억 달러(약 175조 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의 기부는 늘고 있지만 기업인들의 개인 재산 기부는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기부금 기준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기부금은 전년 동기보다 2.7배 늘어난 2천472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오너들이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어렵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에 감탄하는 것은 기업경영도 잘하지만 개인 돈으로 ‘나눔의 미’를 실천하는 데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이 올해 전 세계 153개국 19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를 발표했는데 우리는 81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박문철<김천소방서 구조구급 담당>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