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회피물량..악성 30%-대형 70% 업계/"대책 내놔야" vs 정부 "모럴 해저드"

지방 미분양 주택은 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지원으로 빠르게 해소되는 반면 수도권 미분양은 차츰 늘어 3만가구에 육박하면서 1995년 이래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미분양 물량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인 데다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밀어내기 한 고분양가의 대형 아파트가 70%에 달해 쉽게 소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미분양 물량도 환매조건부 등으로 사들이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가 분양가 인하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집주인 못 찾은 주택 15년래 최다

8일 국토부와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만9천334가구로, 전월(2만9천201가구)보다 133가구(0.5%) 늘었다.

서울이 2천506가구로 337가구(15.5%), 인천이 4천127가구로 280가구(7.3%) 증가했고, 경기는 2만2천701가구로 484가구(2.1%) 감소했다.

10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995년 12월의 3만4천993가구 이래 15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분은 매년 12월을 기준으로 1993년 8천522가구에서 1994년 1만4천250가구, 1995년 3만4천993가구로 늘어나다 1996년 2만3천895가구, 1997년 1만2천171가구로 줄어든 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만7천481가구로 다시 증가했다.

또 1999년 2만958가구, 2000년 1만9천785가구, 2001년 9천360가구로 줄다가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한 2002년 1천387가구로까지 떨어졌다.

이어 2003년 7천370가구, 2004년 1만5천458가구, 2005년 1만2천242가구, 2006년 4천724가구, 2007년 1만4천624가구, 2008년 2만6천928가구, 작년 2만5천667가구 등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부동산 시세를 그대로 반영해 1998년과 2008년 경제위기 때 급증했고 2002~2003년, 2006년 집값 상승기 때 급감했던 것.

반면 10월 말 지방 미분양 주택은 9월보다 1천425가구(2%) 줄어든 6만9천699가구를 기록하면서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지방 미분양이 근래 최대치였던 2008년 12월(13만9천가구)보다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이고, 2006년 12월(6만9천48가구)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미분양 악성 30%..대형 70%

수도권 미분양 가운데 준공 시점까지도 팔리지 않아 건설업계에서는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10월 미분양 물량 2만9천334가구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9천20가구(30.7%)나 됐다.

지난해 12월(2천881가구)과 비교했을 때 10개월 사이 213.1%, 즉 세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다 짓고도 입주민을 찾지 못해 불 꺼진 집이 10가구 중 3가구인 셈. 물론 지방 미분양 6만9천699가구 중에서도 준공 후 미분양은 3만8천863가구로 55.8%를 차지하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특성상 준공 후 미분양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2월 기준 2005년 1천292가구(10.6%), 2006년 2천576가구(54.5%), 2007년 1천347가구(9.2%), 2008년 1천339가구(5%), 2009년 2천881가구(11.2%) 등으로 집값 상승기여서 미분양분 자체가 적었던 2006년을 제외하고 10% 안팎이었다.

역시 12월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볼 때 서울지역의 미분양은 2005년 제로(0), 2006년 6가구, 2007년 1가구, 2008년 73가구에서 지난해 427가구, 올해 10월 969가구로 늘었고 인천은 2005년 64가구, 2006년 50가구, 2007년 6가구, 2008년 130가구, 작년 208가구에서 올해 10월 662가구로 급증했다.

경기는 2005년 1천228가구, 2006년 2천520가구, 2007년 1천340가구, 2008년 1천136가구, 작년 2천246가구에서 올해 10월 7천389가구로 증가했다.

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0월 수도권 미분양 물량 가운데 60㎡ 이하 소형은 1천683가구(5.7%), 60~85㎡ 중형은 7천16가구(23.9%)인 반면 85㎡ 이상 대형은 2만635가구(70.3%)였다.

대형 평형이 10가구 중 7가구에 달한 것. 주택 규모별 미분양 비율은 2007년 말 소형 9.6%, 중형 44.8%, 대형 45.5%였고 2008년 말 소형 4.3%, 중형 21.4%, 대형 74.4%, 작년 말 소형 7.6%, 중형 24.5%, 대형 68% 등으로 2008년부터 대형이 팔리지 않은 채 쌓이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해소책 필요한가

건설업계는 지방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는 것과 달리 땅값이 비싼 수도권 미분양이 늘어남으로써 경영난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방 건설업체를 살린다는 취지로 지방 미분양 구입 때 각종 세제 혜택 등을 주면서 수도권은 제외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의 주택 경기가 살아나는 반면 수도권 시장은 장기 침체 현상을 보이는 만큼 수도권에도 같은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그러나 지방 업체들이 분양가 인하, 임대 전환, 신규 분양 조절 등의 자구노력을 보이는 데 비해 수도권 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려 2007년 말 고분양가의 중대형 물량을 밀어낸 뒤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을 짓고 나서 팔리지 않으면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는 인식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정부가 앞장서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미분양 물량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버퍼링(완충) 기능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 미분양 물량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이거나 되팔 때는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주지만, 수도권은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설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물량을 환매조건부로 구입할 때는 세제 혜택이 있어 분양가의 50%에 사들일 수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사고팔 때 취득.등록세를 물어야 한다"며 "매입하더라도 분양가의 40~45%만 줘야 해 유동성 확보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가 분양가를 낮추지 않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거나 정부가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악성 및 대형 평형의 미분양 물량은 점점 쌓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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