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 ‘월간문학’ 정종명 전 편집국장/제25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 출사표

“전도유망한 작가를 발굴할 요원의 불 같은 ‘메세나’ 운동이 시급합니다.”

널리 회자되는 메세나(Mecenat) 운동은 공익 사업에 대한 기업의 지원아래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사회적-인도적 지원을 일컫는다.

‘메세나’는 본래 프랑스어로 고대 로마의 대신 마에케나스의 이름에서 유래된다.

그는 아우구스투스황제의 총애를 받는 신하 였는데, 당대 시인들을 보호하며 예술부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구전된다.

이에 버금가는 국내판 ‘메세나’ 운동을 통해 국내 역시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 소속 5천여 시인과 2천500여 수필가를 포함한 1만1천여 작가를 위한 지원방안이 절실하다는 정종명 작가의 일성이다.

최근까지 ‘월간문학’ 잡지 편집국장으로 몸담은 정종명<사진> 소설가는 요즘 제25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담금질이 한창이다.

유일한 취미로 한때 바둑을 즐겼던 그는 이문열, 김원일 작가와 ‘반상의 결전’에서 흑을 잡을 정도로 우정 또한 막역하다.

2007년 ‘월간문학’ 편집국장으로 부임한 후 경기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주일에 2차례씩 강의한 정 작가는 한국사이버대학에도 출강, 즐기던 바둑을 멀리해야 했다.

‘월간문학’ 편집국장 재임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소속 회원들의 원고를 받아도 관행적인 설명없이 지낸 악습을 쇄신한 점이다.

그가 ‘월간문학’의 데스크를 맡으면서 회원 작가의 작품이 접수되면 소상히 접수여부와 언제 실린다는 사실 등을 사전에 알려주며 번거로움을 감내 했다.

무엇보다 내로라하는 원로 작가들의 예우가 도외시 되며, 본의아닌 문협 차원의 결례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인터넷 문화에 뒤진 일부 원로들의 옥고를 일일이 타이핑하는 수고로움에 그간의 속내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정종명 작가는 “원고를 옮겨쓰는 불편을 감수했던 편집팀의 경우 그 누가 시켜서가 아닌 회원들의 회비로 월급을 지급받기에 당연히 해야 되는 책무”라고 말했다.

소속 작가들의 출품작을 접수 받으면 간단하나마 3개월 내지 4개월 후면 ‘월간문학’ 자매지에 실릴 예정이라는 등 e-메일을 보내 호평을 얻었으며, 지금도 도제식으로 이어질 정도다.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작가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섬기는 광경을 지켜볼 때 남모른 보람이자 기억으로 되새긴다.

혹자는 ‘월간문학’이 창간호부터 줄곧 발간되면서 올곧은 편집 배열과 레이아웃 등을 살펴보면 어느정도의 틀이 잡힌데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알려올 때 사뭇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펼쳐나갈 제25대 한국문인협회의 부이사장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각 장르별 작가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배아동문학가, 이광복소설가, 정목일수필가,김종섭시인,한분순시조시인,정종명 소설가,김송배 시인,진동규 시인>

원고의 면 배정이나 게재에서도 등단한지 40년 이상 원로에 대해서는 1년에 한 차례씩, 중견 작가는 1년 6개월내 이변이 없는한 게재하는 방향을 고수했다고 술회한다.

‘월간문학’과 ‘계절문학’에는 교차 게재를 원칙으로 두고 4년 동안에 2편 내지 빠르면 4편까지 실리도록 진행 했다.

편집국장 재임당시 일부 회원은 "지방이라 홀대하는 것 아니냐"며 간혹 곡해를 불러일으킨 사례도 빚어져 한정된 지면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김규동, 김남조, 정완영, 최승범, 장순하, 성춘보, 문덕수, 김시철, 최은하 원로들은 사실 지면이 없어 발표를 못하지 않기에 예우 차원에서 청탁을 드렸던 점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새겨둘 수 있다고 전했다.

청탁으로 2/3를 배정하고, 기고 작품을 1/3로 나누는 편집국 나름의 잣대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희곡 소설 평론 3장르는 1편만해도 무려 20여 면이 할애되는 반면, 시와 수필 등은 겨우 10여 면을 차지하는 모순이 나타나 간혹 고충을 겪기도 했다.

앞서 편집국장으로 선임된후 가까운 지인은 “‘바람잘 날이 없는 자리로 알고 있다’고 귀띔해준 터라 처음에는 걱정이 컸지만 잘 견뎌낼 것 같다”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아예 작가는 ‘원리원칙으로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리하면 회원들의 항의성에 휘둘리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며 마음속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정종명 소설가가 이사장 선거 캠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소정의 ‘월간문학’ 퀄리티(Quality)를 올려놓았다고 자부하며, 자매지에 글이 실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가 됐다고 자평한다.

그는 “월간문학지에 자신들의 글이 실리면 자부를 느끼면서 시간이 지나 점차 작품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정종명 작가는 “문협의 1만여 회원들이 소속된 단체 또한 비대해지면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가 비일비재하다”고 아쉬워 했다.

한 자리에 초청하는 이벤트에 있어 경비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나 식사문제는 만만치 않은 걸림돌로 제기한다.

더군다나 정치권 일각에서 문인들과 연말이면 저녁이나 다과회를 갖고 나눴을 때조차 어용단체로 낙인찍힌 과거가 있어 이제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곱지않은 시선에 문협 이사장의 행보는 앞으로 자생력을 갖고 단합된 힘이 생기면 이제 정치권의 눈치에 아랑곳 하지않는 반압력 단체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종명 작가는 일선 기업들이 나서 프랑스의 메세나 운동과 같이 문협에 경제적으로 후원이 필요할 때이므로 제도정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굴지의 기업들이 문협에 후원하고 싶어도 세금 혜택이 없어 최근 이성헌 국회의원 등이 대표발의해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세나법 도입과 관련,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찬성하는 분위기 조성이 뒤따를 때 관련 법이 제정되면 낙후된 문화예술 활동에 있어 기업이 지원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정종명 작가는 이제 문인협회는 충분한 자생력을 갖고, 평화적인 권익단체로 탈바꿈할 때라고 조언했다.

좋은 작품을 써야 하고 외적인 활동을 통해 문인협회 회원들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선의의 단체로 계승, 발전돼야 한다는 견해도 흘러 나왔다.

작가는 특히 손수 커피를 타 건네주는 등 ‘他者本位’의 심성곧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어 “문인들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함축성을 시사했다.

나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정종명 작가는 선생님 등의 호칭을 붙이며, 고개를 숙이는 몸가짐과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문협의 이사장은 이제 군림하는 자세를 떠나 회원을 받들고 배려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정 작가는 주장했다.

<자리를 옮겨 인근 커피숍에서 함께한 정종명 작가는 제25대 문협 이사장 출마에 따른 가식없는 공약과 문인들에 대한 문화예술 복지분야 등을 심도있게 조명했다.>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정종명 작가의 단호한 의지와 천명은 가히 의롭기조차 하다.

정 작가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소설가 김동리, 시 부문은 미당 서정주 선생, 조연현 전현대문학 주간이 은사이자 멘토로 여기며 귀감을 본받고 있다.

다가올 1월, 문협 이사장 선거는 ‘문단의 축제’로 치뤄져야 한다는 정종명 작가는 “어느 누가 당선돼도 축복받는 이사장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권병창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