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는 소재나 주제의 다양성과 과감한 표현력이 상업영화보다 유연하고 자유롭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예술성 또한 높다고 보는 것 역시 독립영화가 가진 장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상업영화는 다루기 힘든 소재도 많고 그 범위도 좁은 편이다. 그 때문에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고려한다 하더라고 애니멀 타운(감독: 전규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25일 왕십리 CGV에서 열린 <애니멀 타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 범죄를 저지르는 소아성범죄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불편한 어린이에 대한 직접적인 범죄 장면이 전혀 나나타지 않고 간접처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에게 머무는 느릿하고 지속되는 시선처리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악마성을 드러내는 불편한 장면을 생략하는 대신 성인들의 성을 엄청난 수위로 노출시킴으로서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드러내는 탁월함도 나타난다.  

  


물론 주인공의 행동이나 환경에 인위적인 첨가를 하지 않은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인공인 성범죄자가 어린이에게 가는 시선을 거두면 그는 철거를 앞둔 불도 들어오지 않는 낡은 아파트에서 추위에 떨며 전자발찌를 감추기 위해 사람들이 문을 두들길 때마다 양말부터 신는 것으로 사회의 제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감 있는 감정선들이 상당이 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단수된 집에서 목욕을 위해 학교의 물을 길어오고  하루의 식량을 위해 그의  생활 동선들을 따라가는 눈도 아주 현실적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사회에 반항적인 것도 아니다. 전자발찌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악마성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찾아오는 경찰에게 고분고분 감시를 받고 병원에 찾아가 약을 먹고 어떻게든 조용하게 사회에 적응하며 살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만 보면 저절로 시선이 가는 사회악 일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인간도 먹고 사는 데 있어서는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이리저리 체이는 그 보다 더 강한 사람들에 의해 무시당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이 사회의 또 다른 약자이며 피해자로 살아간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려는 찰나, 자신이 벌인 악마성으로 가정이 파괴된 아픔을 가진 사람으로 부터 목숨을 구하는 행운도 얻는다. 

즉, 그가 제대로된 성인으로 살아가면 아무런 문제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어린이에게만 향하는 악마성을 놓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혹시 감독이 소위 말하는 아동성범죄자에 대해 연민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은 현실이나 법적이나 인간적인 면에서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내 판단에 따라 영화적인 해석에서 스스로 거부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이런 우려를 싹 걷어냈다.

 

아동성범죄자에 대해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을 깔고 있다고 말하는 이런 견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던 것이다.

제도권에서 그들을 격리시켜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이고 우리와 윤리가 만든 질서 안에서 그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이렇게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수위의 장면을 안고 있는 영화에 실험성 많은, 고집 드센 감독의 단호한 말을 들으면서 안도를 한 경우도 드물었던 것 같다.

민감한 소재일수 있는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한 소감을 묻은 질문(본인이 했음)에 소아성애자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와 있다고 정리하고 이런류의 영화는 감독만 다를 뿐 이야기는 같고 제도권 안에서 민감한 소재일 수 있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영화가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은 이 영화 보다 더한 것도 많고 현실에서는 그 상상력을 뛰어넘는 더 심한 일들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고 피상적으로 만들어지는 그들의 뉴스는 잘못된 정보가 상당히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사회 안에서 이런 어려운 문제들이 있고 그들이 동정 받아야 하고 참작되어져야 한다는 점이 아닌 분명히 무언가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감독과 다른 식으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애니멀타운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짐승 같은 도시, 혹은 짐승처럼 살고 있는 도시 그리고 영화 중간 중간 뉴스로 나오는 멧돼지와 그에 의해 주인공이 결국 심판을 받게 되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나타냈으며 어느 하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중점을 둔 것은 저런 사람의 심정이 되면 어떻까?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까? 하는 상상을 끊임없이 했다고.


독립영화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린이 범죄와 어린이 범죄자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해 봤으면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걱정하나가 생길 것 같다. 주인공인 오성철 역을 맡은 이준혁씨는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을까.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대사도 별로 없고 영화에서 그의 시선처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애니멀 타운은 공식초청된 영화제만 12개가 된다.

수상내역도 16회 브즐 국제영화제 /19회 블랙무비제네바필름페스티벌 /제4회 시네마 디지털서울영화제 에서 무비꼴라주 상을 받았다.

제목 : 애니멀 타운

감독 : 전규환

각본 : 전규환

장르 : 드라마

배우 : 이준혁/오성태

시간 : 97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제작 : 트리필름

개봉 : 2011 3월 10일

이 글은 http://blog.daum.net/poorun21/?t__nil_login=myblog 에서도 보실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