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메스너는 "오은선의 14좌 완등은 의심할 여지 없는 팩트(fact)"라고 했다.

그가 주장하는 명쾌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메스너는 "정직하기만 하다면 어떤 등반 스타일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가령 메스너는 완등 기록을 세우기까지 16년 걸려 14좌를 18번 올랐다.

빨리 완등하려 애쓰기보다, 다른 루트로 같은 산을 재정복하는데 쾌감을 느꼈다. 반면 오은선은 "여성 최초 완등 기록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메스너는 "경쟁자들과 달리 오은선은 한 번도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바른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칭기즈칸처럼 돌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둘째, 그는 모든 사실을 종합할 때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의심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메스너는 "오은선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은 자칫하면 강풍에 불려 날아갈 수 있어 남들 눈을 피해 일정 시간 동안 몰래 버틸 수 있는 곳이 못 된다"고 했다.

셋째, 메스너는 "오은선은 문자 그대로 정상 꼭짓점을 밟지는 않았지만 거기서 불과 2~3m 떨어진 곳까지 갔다"면서 "날씨·신앙을 이유로 꼭짓점을 밟지 않은 전례가 많지만 한 번도 문제 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은선은 기록 수립을 위해 15개월간 8개 봉에 올랐다. 메스너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보기에 오은선을 둘러싼 험담에는 유럽인들의 인종주의가 숨어 있다.

그는 "오은선이 헬기 한 번 탔다고 욕하는 것은 가짜 이상주의"라면서 "그런 이상주의는 패자가 휘두르는 비겁한 칼일 뿐 아니라, 사실 헬기로 치면 오은선보다 더 많이 탄 산악인이 많다"고 했다.

<정리=정원태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