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고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지만, 청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2위라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국민의 봉사자로서 마땅히 청렴해야 할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뇌물을 받아 챙기고 비리가 들통나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혐의를 부인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며, 판검사와 관료들은 현직이 전직에게 전관예우를 해주고 현직들도 퇴직 후 전관예우를 받아 떼돈을 번다.

비리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전관예우와 공직비리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수백만원의 돈을 비권력자가 받으면 대가성이 있고 권력자가 받으면 대가성이 없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패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일은 끊임없이 계속돼야 하지만 그보다 급한 것이 예방이다. 부패행위를 감시하고 방지하는 완벽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부패척결은 필수이며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척결은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선비란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로 이런 선비의 생각을 선비정신이라고 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그리고 사회지도층이 선비정신을 가질 때 그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도 부패를 혐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선비정신은 살아 있는 것이다.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선비정신의 불씨를 꼭 살려야 한다. 서양에는 기사도정신이 있고 일본에는 사무라이정신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훌륭한 선비정신이 있고 신비정신은 우리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에 충분하다.

로비(금품, 혈연 지연 학연 등의 향응, 아부, 선물, 줄서기 등)가 근무평정이나 승진을 좌우하는 그런 세상에서 올곧은 선비정신을 갖고 사는 공직자가 어쩌면 바보처럼 보이지만, 군자가 샛길을 몰라 대로로 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과 그를 바탕으로 한 인격을 바로세우는 일을 덕이라고 하고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정리된 사고의 일갈(一喝)을 소신이라고 한다.

보신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면 소신은 자신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신은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나 소신은 많은 사람의 안위를 도모한다.

보신은 일시적으로 성공한 듯 편안한 듯 보이고, 소신은 일시적으로 고통이 따를지라도 그 끝은 항상 빛난다.

소신이 있는 사람은 상황의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쓴 소리를 반기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놓고 멀리 보고 살핌으로서 사안의 경중과 완급을 알고 생각이 정리되면 다소의 무리가 따른다 할지라도 의연히 대처해 나간다.

세상이 많이 혼탁해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만용을 부리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나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고, 지식도 있다하나 양심에 따라 지식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이 모자라고 격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신을 먼저 추구하겠지만, 관리자와 경영자와 지도자는 소신이란 옷을 입어야 한다.

부패척결과 선비정신과 소신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선진국은 그만큼 빨리 될 수 있다.

김병연<시인/수필가>

<상기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참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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