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둘러싼 소관업무가 타당성이 낮은 부처 이양으로 추진돼 논란을 빚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서규용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방순시 과정에서 농민들이 편리하게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농업기술센터로의 인증업무 이양에 대한 건의가 사전 조율없이 이뤄지면서 화근됐다.

앞서 서규용 장관은 관련업무를 두고 농업기술센터측이 인증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이면서 자칫 독과점 우려 등 유기농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는 전국 도단위에 2개의 시.군농업기술센터(이하 센터)가 시범적으로 친환경인증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아 해당 업무를 시작하고 차후 전국 단위의 센터로 인증 업무를 확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결정에 국내 친환경농업관련 단체와 일선 농민단체, 친환경인증기관협회, 또는 소비자 단체, 여성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친환경인증기관협회는 과거 10년동안 육성해 온 민간인증기관 육성 정책을 합당한 요식 절차없이 뒤집는 졸속행정의 산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친환경농산물인증제도는 2001년 김성훈 당시 농림부장관의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이래 제도가 시행된지 올들어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인증제도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생산자들에게도 친환경적인 재배원칙에 따른 검증된 농산물 생산을 권장,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돼 이미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인증업무의 수행은 인증제도의 선진국가나 국제적인 동향이 민간인증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의 묵시적인 원칙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글로벌 인증기관의 경우는 선의의 경쟁에 의한 인증 서비스의 질적 향상, 인증업무의 전문성 제고라는 취지에서 민간 인증기관을 통한 관련 업무가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는 추세이다.

정작 한국의 경우는 시작당시에 민간기관이 인증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인증기관육성을 전제로 인증기관 지정과 동시에 농산물품질인증제를 검토하게 됐다.

해당 업무를 수행해 온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관원)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무를 함께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관과 민간이 동시에 인증업무를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출발,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육성법의 목적에 민간 인증기관 육성이라는 과제를 설정할 만큼 민간기관이 인증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하고 품관원은 인증기관의 지정 및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러한 취지에서 정권의 교체나 장관의 교체와 상관없이 민간기관의 육성이라는 10년간의 일관된 정책결과로 현재 민간기관의 수는 74개로 늘어났다.

전체 친환경인증의 67%를 담당하게 됐으며 올들어 품관원의 나머지 인증업무를 2013년까지 민간인증기관으로 전부 이양하는 계획을 설정해 놓았다. 다만, 이양계획과 방법 등에 대한 계획만이 남은 과제로서 수차례 논의를 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양계획을 논의해 온 민간인증기관 단체로부터의 의견수렴과 같은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품관원 인증업무의 농업기술센터로의 이양 계획은 설득력이 없다는 여론이다.

관련 단체는 일각의 소관업무 추진과 강행을 두고 부정적인 비판의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과거 10년동안 인증기관을 육성시키고 결국 민간기관이 인증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한다는 정책을 무리없이 소화해 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2013년까지 민간인증기관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줄곧 유지해 온 정책을 타당한 논리적 근거나 합리적인 이유도 제시되지 않은채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적인 동향이나 선진 인증제도의 시행국가들이 모두 인증업무는 민간인증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제도의 시행초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품관원보다도 더욱 정부기관 성격이 짙은 농업기술센터가 인증업무를 이양받아 수행한다는 것은 세계적 동향과 인증의 국제화에도 반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셋째로는 유기농 인증기관의 지정등록에 관한 국제적인 규정인 ISO65에서는 인증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인증기관이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인증기관은 피인증자인 농민 또는 식품 인증업자들과의 관계에서 종속되지 않는 관계로 기준과 규정에 따라 냉정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독립적인 인증심사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증기관은 인증농가들에 대한 컨설팅 내지 교육도 금하는 것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선진 유기농인증제도를 진행하는 국가들은 민간인증기관 신청자라 할지라도 생산주체나 유통업자가 아닌 제 3자인증(the Third Party Certification)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그런데 센터는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정부기관으로서 농민 기술지도 및 상담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란 점도 주지시킨다.

지자체는 친환경 농업의 육성이라는 행정목표 달성을 위해 거의 경쟁적으로 친환경농산물 인증농민을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의 지원대상인 인증농가, 그리고 지자체에 종속된 센터의 기술지도 및 상담 대상인 인증농가에 대한 인증을 진행할 경우, 인증의 공정성, 객관성이나 독립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자명한 이치로 설명된다.

인증단체들은 "이에 따라 인증의 공정성과 객관성 및 독립성이 배제된 인증 농산물의 유통과 소비에 대한 피해는 결국 국민과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진단이다.

농민들에게 인증비용도 적게 들어가며 평소 알고 기술지도와 상담을 받고 지내는 기술센터 공무원을 통해 인증심사를 받고 인증을 득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요구 이상의 불합리와 파생되는 문제점들보다 더욱 중요한 요구인가를 냉정하게 비교하고 판단한다면 해답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계적으로 인증기관의 수로는 독일같은 선진 유기농 국가도 민간인증기관이 32개, 미국이 52개, 일본이 69개이나 한국은 74개이다.

양적으로는 민간인증기관이 충분히 모든 인증업무를 이양받아 수행할 그릇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지배적인 이론이다.

인증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선 농업기술센터가 인증업무를 맡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인증제도의 목적, 인증업무의 신뢰성, 인증정책의 방향 등의 시각에서 볼때 우려할 만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확보를 위한 집단이기적 밥거리 투쟁이라 생각한다면 친환경인증농가를 민간인증기관에게 이양시키지 말고 품관원이 계속 인증업무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밝혔다.

국내 친환경 농업기술 분야는 새롭게 연구하고 실험하고 계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친환경농업 기술지도는 불가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분위기이다.

익명의 혹자는 대농민 기술지도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센터가 본연의 업무조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전혀 다른 인증업무를 맡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어필했다.

친환경인증기관협회의 이기송 씨는 "신임 장관이 농업기술센터의 건의안을 섣불리 통과시켜 소관업무를 이양한다는 결정은 농민에게 편리하다고 하니까란 명분 이외에 친환경 인증제도의 본질적인 목적과는 전혀 거리가 먼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가차원의 친환경 농업정책과 안전한 농산물 공급과 소비라는 인증제도와 정책 관점에서 볼 때는 합리적인 뒷받침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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