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묘역>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살아생전 집행유예로 확정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현행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경우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할 전과자의 경우 당사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한 관련조항은 합헌으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즉,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점만아니라, 그러한 업적이 그 전후에 이뤄진 국가와 사회에 대한 범죄 또는 비행들로 인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31일 월남전 참전유공자 박모 씨의 아들이 이같이 규정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5조3항5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특히, 해당 사건의 심의를 담당하는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지닌 20여 위원들 가운데 2/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만큼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문했다.

재판소는 이에 "해당 조항의 영예성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점뿐만 아니라, 그러한 희생-공헌이 범죄 또는 비행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박 씨의 아들은 월남전에 참전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아버지가 2009년 사망하자 국립현충원에 안장해 달라는 신청을 냈으나 거절됐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박씨가 상습도박, 무고-사기죄로 두차례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문제삼아 불허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자를 배제한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고,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헌재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

앞서 박 씨의 아들은 일련의 상황을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한데 이어 위헌법률심판제청마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유영미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