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감증명서도 형법상 재물에 해당되는 만큼 피해자를 속여 빼돌리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아파트 특별분양권 등을 받게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부동산 매매대금을 빼돌려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35)씨에게 징역 5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냈다.

정 씨는 2002~2009년 "서울도시개발공사에서 개발지역 철거예정 건물 소유자에게 공급하는 아파트 특별분양권과 상가입주권을 받게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특별분양권을 이중매매하는 수법으로 12억 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씨는 유 모씨한테서 매수한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전매하고 이를 다른 피해자에게 이중매매하기 위해 유씨를 속여 인감증명서 3장을 교부받은 공소사실도 있다.

1심은 정씨의 두 가지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과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건을 하나로 병합해 징역 5년6월을 선고하면서 인감증명서 편취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인감증명서는 인감을 증명하는 문서일 뿐 재물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지 않아 그 자체로 재산상 손해로 볼 수 없어 사기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감증명서도 재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기죄의 대상이 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감증명서는 거래상 극히 중요한 기능을 하는 문서로 재산적 가치를 갖기 때문에 형법상 재물에 해당한다"며 "소유자를 속여서 편취하는 것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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