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열 육군 75사단장

춘추시대 초나라의 명재상 ‘손숙오’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관직에 오래 있으면 선비들이 질투하고, 봉록이 많아지면 백성들이 원망하며, 벼슬이 높아지면 군왕이 미워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대인은 관직에 오른 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봉록도 많고 자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초나라 임금과 선비, 백성 중 대인을 미워하는 자가 없습니다. 어찌 그렇습니까?” 손숙오는 “나는 지금 초나라의 재상 자리를 세 번째하고 있지만, 더욱 겸손하려고 노력하네. 봉록이 높아질 때마다 더 많이 베풀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주변 사람에게 더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네”라고 대답했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겸손한 사람은 결코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설령 훌륭한 능력을 갖췄더라도 그 사실을 스스로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학식이 높고 능력도 출중한데 그만큼 훌륭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겸손하지 못하면 그 능력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람은 지식과 능력을 키워 자신감이 충만하고 참된 사랑으로 채워질 때 진정으로 겸손해질 수 있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듯이 겸손이 없는 자는 내실도 없다. 진정으로 겸손을 실천하려면 그만큼 능력을 키워야 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가슴을 채워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겸손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첫째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논어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구절이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그 중 분명히 배울 사람이 있다는 의미로, 항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곧 겸손을 실천하는 길이다.  

둘째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를 대할 때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오늘날은 자기 PR시대라고도 하지만 겸손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하면 교만과 오만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적극적인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방의 장점을 칭찬하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표현이다. 겸손은 역지사지에서 나온다.  

셋째는 미.죄.고.감.내의 실천이다.

일상생활을 통해 미안합니다(미), 죄송합니다(죄), 고맙습니다(고), 감사합니다(감), 내 탓입니다(내)를 언행으로 실천하고 그러한 마음가짐을 습관화하면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겸손할 수 있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를 세우는 것이다.

열정으로 키워온 능력과 성취는 겸손이라는 조명을 받을 때 더욱 화려한 빛을 발할 수 있다. 겸손으로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회를 밝게 하는 그대는 정녕 아름다운 등불이어라!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