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근씨, 용인지역 산림 200여만평
조건없이 기증 식목일 맞아 등기완료


제67회 식목일을 맞아 팔순의 모범 독림가가 반세기 이상 관리해 오던 시가 1,000억원대의 대단위 임야를 국가에 기증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인근 용인, 안성지역의 산림을 경영하는 손창근씨(83)는 최근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약 200만평 규모의 임야 662ha를 국유림을 관리하는 산림청(청장 이돈구)에 기부했다.

김대건 신부 묘역을 포함한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 인접한 이 산림의 넓이는 서울 남산 총면적의 2배, 공시지가로 환산하면 400억원이 넘고 시가로는 무려 1,000억원을 넘는 금액이다.

여간해서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손 씨는 지난 3월 대리인을 산림청에 보내 기부의사를 밝힌 다음 실제 접촉 등 번거로운 절차나 조건없이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해외에서 활동중인 그의 아들 딸 등 가족도 손 씨의 큰 뜻에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씨의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당한 면적의 산림을 기부한 이유는 이 지역의 산림이 다음 세대에까지 영속적으로 보존돼야 한다는 숭고한 의미의 전언이다.

그는 대리인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끈질긴 개발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재산을 국가에 기부키로 결심했다"며 "이 숲이 다음 세대에까지 온전하게 잘 보호되고 관리되기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손 씨는 1960년부터 지금까지 이 임야에 잣나무와 낙엽송 등 5종류 20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꿔 오며 산림 내에 임도 약 16km를 뚫었다. 임야 내 계곡 하류에 인접한 천주교 성지를 보호하고 계곡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 산림관리를 남달리 추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66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1991년에는 산림청의 모범독림가로 지정됐다.

산림청은 손씨의 뜻에 따라 해당 산림의 정확한 실태를 조사해 국유림경영계획을 세운 후 조림지는 숲가꾸기사업을 확대해 임목생산림으로 경영,관리할 방침이다.

나머지 산림은 공익기능과 생물다양성 증진 및 탄소흡수원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또 기부문화에 대한 산림부문의 이같은 사례를 귀감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손씨의 뜻을 담은 교육용 기념비를 설치하고 지역발전과 연계한 산림체험림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손 선생의 귀중한 뜻을 받들어 산림 본래의 목적대로 가꾸고 활용해 다음 세대에까지 울창한 숲으로 지켜 가겠다"고 밝혔다.
<김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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