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 200만명 시대

 
<논설주간 이완우>

대한상공회의소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1% 수준으로 국가부도 상태에 빠진 그리스보다 20%포인트 높고, 스페인(82%)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작년과 올해 사이 경제연구소, 학계 인사, 전⋅현직 경제관료 입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시한(時限)폭탄’이 가계부채라는 경고가 나온 게 벌써 몇 십 번이다.

3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911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300억원 정도 줄었다.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걱정하고 나서자 은행들이 올 들어 서민들에 대한 대출 창구를 아예 막아버렸고, 그로 인해 가계대출이 2조7000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 저축은행 업계도 서민 대출을 줄이고 있고, 카드회사들도 현금 서비스 한도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카드시대를 맞아 현금을 지니고 다니는 네티즌은 많지 않다. 오죽해 지하철 전동차나 버스안에서 활동하던 소매치기가 사라졌다.

주머니에 돈을 지니고 다니지 않고, 달랑 신용카드 한 장이면 소비생활이 가능하니 소매치기도 설 땅이 없다.
서민들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돈줄이 막히자 보험⋅적금을 깨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싼 금리를 물더라도 대부업체에 매달리고, 그래도 안 되면 이자가 수백%에 이르는 불법 사금융 시장까지 찾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활용 할수 있는 것이 카드 현금서비스다. 카드사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각종 특전을 내서워 카드 발급을 권장하니 지참한 카드가 2~3개에 달한다.
대부분의 카드사용자들이 카드 현금서비스의 이자는 개의 치 않는다,

카드사용자들이 카드 현금서비스를 무절제하게 사용하고, 상환자금이 없으니 결국은 카드연체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 250만명이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물면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12월 0.67%에서 올 4월 0.89%로 뛰어올랐고, 6개 카드 전업회사의 연체율은 3월 말 2.09%로 2009년 말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가계부채 규모가 위험수위에 올라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에 무작정 가계대출을 늘리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단기 대출을 장기 대출로 바꿔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多重)채무자에 대한 종합 처방도 나와야 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찾지 않고, 경제팀마다 정권마다 땜질 처방만 하면서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는 언젠가 둑이 터져나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완우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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