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개원 3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식물국회로 잠만 자고 있다.
내건 ‘무노동 무임금’은 공약을 지키고 국회 공전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 뒤 세비 반납 동의서를 돌려 의원들한테 서명도 받았다.

소속 의원들의 적지 않은 반발을 무릅쓰고 세비 반납을 강행했으나 속으로는 무척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무노동 무임금이 애초부터 ‘잘못된 약속’이라는 데는 새누리당 안에서도 별다른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다.
지금 와서 약속을 물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 세비를 반납하지만 자충수를 두었다는 탄식도 무성하다.

새누리당의 무노동 무임금 약속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겉치레 정치,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의정활동에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용어를 끌어다 쓴 것부터가 적절치 않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국회의원들은 정책 연구나 이해당사자 면담, 법안 제출 등의 의정활동을 한다.
상임위나 본회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무노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세비 반납 결정은 새누리당에 만연한 권위주의적 풍토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세비 포기라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른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불만을 토로하던 많은 의원들도 막상 의총이 열리자 대부분 입을 닫았다. 당의 실질적 주인인 박근혜 의원이 세비 반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마당에 세비 반납이 싫다고 말할 간 큰 의원이 어디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세비 반납으로 생색을 내며 국회 공전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려는 태도는 더욱 볼썽사납다.
국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여야의 공동책임이지만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의 책임이 더 크다.

현재 국회 개원 협상의 최대 난제는 민간인 사찰 사건, 방송사 파업 등 쟁점 현안들에 대한 국정조사 개최 문제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가 받아들여지면 문방위 등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새누리당은 거부하고 있다.
야당에 공격의 멍석을 깔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무척 완강하다.

새누리당은 세비 반납으로 국민이 크게 감동했다고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세비 반납으로 국회 공전 사태의 책임을 모면할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지금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이런 정치적 쇼가 아니다.

개원 협상에 더욱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세비 반납보다 훨씬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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