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묵언의 가르침 안겨주는 ‘어머니 상’

수 없는 역경과 고난 속에 불암사 창건
89년도 천보산에 6평짜리 절 암자 인수

“의탁하지 말고 스스로 본인이 한다. 염불은 안하고 마음으로 부처님을 믿는다.”
불기 2553년 의정부시 호원동 소재 미륵사 당시 스님이 종영스님의 큰 그릇을 알고 미륵사를 맡아 달라고 간청한 후 오늘에 이른다.

불암사와 미륵사 함께 지난 2009년 6월29일 재단법인 범천을 설립한 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채로운 ‘어머니 상’은 이 세상에 모든 생명체가 부처님과 같다는 절대 절명의 숭고한 진의가 담겨 있다.

대한불교 관음종교육원장 겸 불암사 주지인 종명스님은 약관에도 못미친 18세에 부산에 위치한 범화사에 입문한 이래 50여년이 흘렀다.

이후 금정산에서 2년6개월 동안 수도승을 거친 뒤 부산에서 충북 단양까지의 대장정을 6개월 남짓 걸어 득도했다.
지난 1989년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천보산에 들어선 6평짜리 절을 인수해 ’93년 신축과 증축을 거듭한 후 원주가 돼 현재에 이른다.

天寶는 ‘하늘의 보배’라는 말로써 기도하는 중생마다 자신의 소망을 염원하는 바 성취되는 보배로운 도량으로 일컫는다.

예로부터 기도영험이 많은 사찰은 사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기도를 많이하고 가피(加被)를 받아간다는 구전이다.

종명스님은 “의탁하지 말고 스스로 본인이 한다. 염불은 안하고 마음으로 부처님을 믿는다”고 충고한다.

자기의 본래 모습, 자기의 근원에 대한 탐구가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대처의 방편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종명 스님은 불교를 감히 단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법은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며 그 우주가 하나로 돌아가듯 만법을 배우는 이유도 의문하나에서 시작된다는 가르침이다.

그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화두이자 질문이란 것이다.

게다가 종명스님은 인근의 양로원과 군부대, 교도소 등을 사계절 수시로 위로 방문해 부처님의 설법을 전파하고 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주연과 조연으로 살면서 100년도 못사는 사람의 운명은 어느 때 막이 내려질지 모르는 세상살이란 의문을 갖는 것은 내가 토막인생의 그 주인으로 살기 때문”이라 말씀한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팔상도를 그리게 하시며 대열반에 드신 것도 생사 일여함을 보임이요. 일법이 일파만법이요.
또한 만법이 귀의 일처로 돌아감도 중생을 제도코저 일대사 팔만사천의 공덕 방편력으로 보여주고 계신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성품 즉 불성을 깨달아 초월하면 만상 속에 찌들어 있던 내가 그 구속에서 대탈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유인이 되어 무지에서부터 지혜롭게 참삶을 살게 될 것이란 설법이다.

또한 현상계는 모든 것이 환(幻)인줄 알고 육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되면 천태만상의 대립도 시공을 초월한 의식 속에 묘법이 존재함을 즉,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이치를 폭넓게 이해함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같이 인생의 삶을 누리며 의심도 품지 말고 조심조심하면서 육안과 영안을 열어보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볼 수 있지않으련지 종명스님은 부심한다.

종명스님은 또, 우리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오장육부를 들여보듯 철저하게 자신을 찾아 깊은 명상에서 나를 놓고 본존불의 자리를 보라고 권한다.

우주보다 넓고 자재무애한 묘법자리.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만상의 근원자리 무애화기가 충만한 자리로 감히 말하기 어려우나 ‘마음의 고향’이라 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연계절의 그 부지런함은 우리들의 무질서이며 복잡한 삶을 향해 철따라 조건이 갖추어지면 아름다움과 그 자태를 세상에 베풀어 준다고 말씀했다.

종명스님은 평상시심(平常是心), 즉 자연이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법문을 가르치며 그 중요성으로 삶의 지혜를 준다는 것이다.

종명스님은 이어 “엄동설한 눈 속에서도 생명을 잉태하며 살을 찌우듯, 삼복 무더위에도 결실을 맺어가는 자연처럼 한결같이 문수보살의 지혜의 힘을 길러주며 조건없이 베풀어 자비행 보살이요, 삭막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그런 위대한 어머니의 법에 항상 참회하며, 조건없는 지도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합장한다.

종명스님은 손수 기록한 ‘어머니상’에 깊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사찰 한켠에 음각돼 있는 ‘어머니께 드리는 글’은 소리없이 우리들의 뇌리와 가슴에 와닿기에 충분하다.

-어머니께 드리는 글-

아들 딸 순산했네/ 그 말씀에 진자리 마른자리 추울까 더울까.
낮이나 밤이나 손발이 다닳도록/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더깊은 그 은혜
돌아보는 지난 세월 불효한 이 자식(고개를 숙여 용서를 합장 드립니다)
나 이제 철이 좀 드나봐요.

불기 2544(경전) 7.15
어머니 상---불암사 주지 종명

우리가 진리를 있는 그대로 보고 순리대로 살아갈 때 울림없는 소명의식을 불어넣어 주는데 이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부처님이란 설법이다.

수십년 전부터 속세에서 사랑하는 어머니한테 효도한번 제대로 못했다는 종명스님은 죄책감에 생명을 갖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을 그려냈다.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부처님을 존경하듯 스님의 어머니 상은 3,000년전 이 세상 성불해서 금생에 화상도를 전하고 있다는 말씀이다.

이 세상에 내려오셔 부처님은 수행하며 곳곳을 찾아 다녔지만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가 있으며 하늘 같은 은혜를 저버리면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이승에서 뵐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모정을 그리며 보이지 않는 눈물로 속죄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속세에서 효도하지 못한 자신의 경험으로 비춰 사찰 한켠에 자리한 ‘어머니 상’을 바라보는 무수한 신도들에게 묵언으로 일깨워 주는 셈이다.

부처님에 버금가는 각자의 어머니를 이제라도 다시금 되뇌여 종명스님은 존경을 담아 자식된 도리로서의 효심을 불러 일으켜 주고 있다.

일탈된 사회와 아노미에 젖어든 현실에서 볼 때 더없는 윤리와 도덕 재무장으로 다가오기에 어머니 상은 산교육의 장으로 모자람이 없는 듯 하다.

종명스님은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설법에 버금가리만치 속세의 어머니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잊지 말고 항상 효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설파(說破)했다.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설법에 버금가리만치
속세의 어머니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잊지
말고 항상 효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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