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국립소록도병원 협약체결

<보리피리 시>

“보리 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피-ㄹ닐니리
/중략/보리 피리 불며/방랑의 기산하(幾山河)/눈물의 언덕을 지나/피-ㄹ닐니리”

국립소록도병원의 개원 100주년을 앞두고 병원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기록물의 복원 및 관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 ‘자혜병원’으로 설립된 이래 오는 2016년 기념비적인 개원 100주년을 맞이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최근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 100주년 역사 기념사업 기록물 지원’을 위한 기록관리 협약을 체결했다.

국가기록원은 국립소록도병원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기록물이 후대에 전승될 수 있도록 훼손된 기록물의 복원 등 기록관리 전반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특히, 국립소록도병원은 ‘보리피리’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시집’(1955) 등 한센인 관련 주요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 

<한센인들이 사용했던 냄비>

비련의 한하운 시인은 한센병에 걸려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고 일반인들에게 멸시의 대상이 됐던 자신의 눈물겨운 심정을 시로써 승화했다.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싯구에서 보듯, 보리피리를 불며 인간적 고독과 천형(天刑)과도 같은 괴로움을 달래는 아픔을 읽을 수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한하운 시집 이외에 일제강점기 생산된 ‘소록도갱생원 연보’(1941), ‘국립소록도병원 운영 규정’과 한센병 치료기구 등 역사적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지만 기록관리 시설이 열악해 주요 기록물 대부분이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한편, 유네스코는 한센병 관련 기록물의 중요성을 인정해 2001년 노르웨이 ‘베르겐 한센병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에 지정한 바 있다.
 

<소화16년연보-소록도갱생원>

국가기록원은 소록도 한센인들을 위해 과거 43년 동안(1962~2005) 헌신적으로 봉사한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수녀와 마거릿 수녀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동판을 함께 전달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한센 기록물이 안전하게 후대에 전승돼 기록문화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맹영미 기자>

<시인 한하운은>

1920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나 이리농림학교에 진학한 후 중국 국립북경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개마고원 개간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청 축산과 근무때 나병이 발병했음에도 치료 도중인 1949년 처녀시집 '한하운 시초(詩抄)'를 간행해 나병시인으로 화제를 낳았다.

함흥 학생의거 사건으로 소련군에 체포돼 함흥 형무소에 수감된후 원산 형무소에서 탈옥한 후 단신 월남해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시작에 몰두했다.

그 후 대한한센총연맹을 결성해 위원장에 선임됐다. 그의 작품 '나의 슬픈 반세기'는 영화로 제작돼 국내외에 상영됐다.

1973년엔 전남 고흥군 도양면 소록도에 시비가 세워졌다. 1975년 향년 57세의 나이로 인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자료=예스24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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