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푼푼이 모은 적금을 남편의 뜻에 이어 장학금으로 내놓아 세밑연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육군 준장으로 예편한 고 박찬수 씨가 지난 7년 전, 32년의 군 생활을 전역한 77세의 당시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에 제안했다.

“우리도 더 늙기 전에 남들 가는 크루즈여행을 한번 다녀옵시다.” 아내는 주저없이 남편의 뜻에 동의했다.

약속일 부터 아내 김기호(77) 씨는 버스비를 아껴가며 쌈짓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드디어 지난 8월쯤엔 부부가 모은 여행경비가 1천만원에 이르렀다.

아내는 적금통장을 확인하고 좋아했지만, 그러던 9월 남편(당시 84세)이 급성 폐렴으로 한달 만에 눈을 감았다.

홀로 남은 아내 김기호씨(77)가 최근 1천만원짜리 적금통장을 들고 대구시 남구청에 찾아왔다. 김씨는 남편(고 박찬수씨·예비역 육군준장)의 유지라며 이 돈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했다.

김씨는 “고인은 평소 남 돕는 일이라면 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봉사일을 마치고 초저녁에 들어가면 ‘저녁도 먹고 좀더 돕다 들어오지’라고 했다”면서 “그런 남편의 뜻을 모아 작은 돈이지만 어려운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남편이 남긴 연금 덕에 누구에게 손벌리지 않아도 된다. 그만하면 행복한 것”이라면서 “죽을 때 돈 100원이라도 수중에 남으면 불쌍한 이들에게 전하자고 남편과 약속했다”고 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남편이 살아있을때 좋은 일 한 것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장학금 명칭에는 남편 이름을 넣어 마음이 놓인다”면서 “부부의 작은 정성이 아이에게 보탬이 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남구청은 매년 청소년 2명을 선정해 각 50만원씩 10년 동안 ‘박찬수 장군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김씨 부부가 아이에게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을 함께 주고 싶다고 했다”면서 “이런 내실있는 기부가 장학금을 받는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이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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