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내달 24일 갤러리현대 풍속화와 춘화 전시
단원,혜원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원화화첩 선보여
갤러리현대, 유홍준-이태호 교수의 명강의 마련 

갤러리현대는 계사년 원단 첫 전시로 조선시대의 질펀한 춘화를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를 마련, 일반인에 선보인다.

15일부터 2월24일까지 두가헌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좀처럼 보기드문 조선의 걸작을 한데모아 전시회를 개최한다.

갤러리현대 본관은 조선후기 화가들의 풍속화 10점과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심전 안중식의 ‘평생도’, 그리고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작품으로 전해 내려오는 춘화(만 19세 이상 관객만 관람 가능한) 15점을 채비했다.

두가헌갤러리에서는 평민 출신 풍속화가 김준근의 작품 중 새로 발굴된 미공개작 50여 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회화의 다채로운 장르를 두루 섭렵한 미공개작까지 한데모은 획기적 전시로 평가된다. 

심전 안중식의 ‘평생도’ 최초 공개, 조선후기 명작 풍속화 총망라

본관 1층에는 조선후기 생활을 그대로 재현한 듯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혜원 신윤복, 긍원 김양기, 혜산 유숙, 소당 이재관, 심전 안중식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의 걸출한 명작으로 조선시대의 풍류와 멋을 즐길 수 있다.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석초의 일생에 대해 그린 ‘평생도’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스승이기도 한 화원 출신 화가 심전 안중식의 작품이다. 

특별히 본관 2층은 성인 관람객에게만 관람이 허용돼 야릇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화풍으로 전해오는 19세기 전반경의 운우도첩(雲雨圖帖)과 1844년경 작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이 원화 화첩 전체로는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다.

운우도첩과 건곤일회첩은 조선후기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를 갖춘 작품으로, 춘화의 백미로 평가된다.

‘운우도첩’은 잡지나 책에 부분적으로 실려 왔기에 눈에 익지만, 원화가 공개되는 것은 최초로 알려진다.

우리 춘화첩에는 남녀노소와 신분고하의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그려 유교의 도덕개념으로는 매우 파격적인 당대 사회의 성문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9세기 우리 춘화에는 신분사회에 대한 풍자와 농담이 짙게 깔려 있는데, 춘화가 중세의 유교적 엄격주의를 깨는 일에 더없이 좋은 예술적 소재였음을 시사한다.

때로는 해학적이면서 낭만이 흐르고, 때론 점잖은 듯 하며 가식없는 에로티시즘의 감칠맛이 농익은 춘화의 아름다움이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특별히 관람객들을 위한 춘화 화첩이 제작,판매되는데, 원화의 매력과 품질을 그대로 담아 제작되는 이 춘화 화첩은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해설까지 곁들여 국내외 고객에게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산 김준근, 시집가고, 30 x 36 cm/기산 김준근, 장가가고, 30 x 36 cm
세계 박물관에 소장된 기산의 풍속화를 만나다 
‘최초의 한류’ 기산 김준근의 미공개 풍속화 50여 점 첫 공개 
 
두가헌갤러리에는 평민출신 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 19세기 중엽~20세기 초)의 미공개 수작을 모았다.
한국을 최초로 세계에 알린 것으로 평가되는 평민출신 화가 기산은 독일 베를린 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 조선시대 풍속화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화가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수의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이 조선화원 출신이 아닌 평민 화가 김준근의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 최초의 개항장이었던 원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김준근은 당대 주류였던 중앙화단과 관련이 없었지만, 우수한 기량과 사업적 수완으로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로 일컫는다. 

‘수출 풍속화’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 조선을 경유하던 외국인 여행가들이 수집을 목적으로 개항장 주변 화가에게 주문했던 그림이 주류를 이룬다. 

새로운 문화를 파악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배경은 되도록 간략하게, 일정한 양의 세트로 제작되는 특징을 지닌다.

서구인들은 일과 놀이, 관혼상제, 관리와 형벌, 무속 등 다양한 주제를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그린 기산의 풍속화를 통해 조선의 다양한 면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두가헌갤러리에 선보이는 작품은 현존하는 김준근 풍속화 중에서도 회화적으로 가장 발달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세부적 표현과 다채로운 채색이 절정의 솜씨를 보여주어 그의 작품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기존에 알려진 1,572점에 덧붙여 새롭게 발굴된 79점 중 50점을 선택해 최초 공개하는 이번 전시는 이제는 거의 외국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없는 기회이다. 
 
유홍준, 이태호 교수의 명강의 열려

전시기간에는 관람의 이해를 위한 명강의가 두차례로 나눠 마련돼 있다.
23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유홍준 교수의 ‘옛사람들의 삶과 풍류’가 2월13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이태호 교수의 ‘조선춘화의 에로티시즘’이 신관 전시장 지하에서 진행된다.

선착순 150명에 한하며, 따로 사전예약은 받지 않는다.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 전시는 우리 근현대 미술의 뿌리를 되짚고, 우리 옛 미술을 재평가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젊은 세대와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한국 미술의 우수성의 기원을 옛 미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으로 모자람이 없다.

1월, 소중한 가족이 함께 모이는 기간에, 남녀노소 누구나 유익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적 체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료-일반(대학생 포함) 5,000원/학생(만 19세 미만, 초.중.고등학생 포함) 3,000원, 전시 문의처는 02/2287-3591.
<맹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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