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한국해비타트 협력개발본부장>

얼마 전 신인가수를 뽑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국군 장병의 애절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노래 제목은 라디가 부른 ‘엄마’였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부대 영내에 설치된 무대 앞에 앉은 같은 부대 장병은 물론 가수 싸이 등 심사위원들까지 모두가 눈물바다였다.

사연인즉 아들은 입대 직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암 소식을 들었으나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입대했다.

어머니가 어쩌면 몇 달밖에 못 살지도 모른다는 사연이 그의 편지로 방송국 측에 알려졌고, 어머니 생전에 어머니께 못다 한 사랑을 노래로 꼭 들려 드리고 싶다는 아들의 간절한 바람을 방송국과 군부대가 들어준 것이었다.

그 자리엔 병실에 있던 어머니가 예고 없이 찾아와 아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그 어머니는 아들의 노래가 전해준 사랑 덕분에 병세가 많이 회복됐으리라 믿는다.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돼 주는 가족처럼 소중한 것이 없다. 절망의 절벽 앞에서 가족의 사랑으로 힘을 되찾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 인물들이 수 없이 많다.

호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산모가 미숙아를 출산했는데 너무 허약해 출산하자마자 의사로부터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의 사망 사실을 믿기 어려워 심장박동이 멈춘 갓난아이를 자기 가슴에 안고 “아가야 내가 네 엄마다. 엄마는 너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들려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소용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억만장자인 재일교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일본의 부자 40인’에서 재산 규모 69억 달러(약 7조5,000억 원)로 3위를 차지했다.

손정의는 1957년생으로 일본 사가(佐賀)현 도서(鳥栖) 시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한국인들이 모여 살던 판자촌으로 번지수조차 없는 동네였다. 손정의의 부모는 맞벌이 일용근로자로 먹고살기에도 바쁜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아버지는 늘 밝고 긍정적이었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늘 정의롭게 살아가라는 희망을 담아 아들에게 ‘정의(正義)’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일본에서 최고야. 반드시 위대한 인물이 될 거야.”
어느새 손정의는 최면에 걸린 듯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 될 것 같은 믿음을 갖게 됐고, 일단 뭔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가 됐다.

손정의를 오늘의 갑부로 만들어준 것은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전부였다.

미국에선 정신지체아들이 좋아하는 여행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특수 제작한 휠체어에 태워 자전거로 미국 전역을 횡단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꿈은 혼자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가족의 사랑으로 함께 이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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