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에도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야생 열매를 맺은 식물이 있다?
선뜻 귤이나 유자를 연상할 수 있지만 원산지가 우리나라는 아니다.

구미를 당기는 주인공은 우리나라 서해 도서지방과 남부에 자생하는 보리밥나무(Elaeagnus macrophylla Thunb)다.
'보리밥나무'는 보리수나무과 식물로 늘 푸른 덩굴나무이며, 지형적 자생지는 남사면의 계곡부나 습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보리밥나무는 어떻게 겨울에도 얼지 않고 열매를 맺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부동단백질(AntiFreeze Protein:AFP) 때문로 기록된다.

부동단백질은 식물체속의 물이 얼어 커다란 얼음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식물 세포에서는 AFP의 합성을 촉진하는 식물 호르몬-에틸렌 등의 생성이 활발해진다.

이 호르몬의 도움으로 세포 내에서 생긴 부동액 단백질 분자들이 세포벽(아포플라스트) 쪽에 축적되어, 세포막 밖에서 얼음결정이 생기지 못하게 하거나 결정 크기를 매우 작게 한다

보리밥나무는 다른 나무와 비교해 낮은 온도에서도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저온형 광합성 식물로 지난 해 10월에 꽃이 피고 2cm 남짓 크기의 원통형 열매를 겨우내 키워낸다.
열매는 3~4월에 붉은색으로 익고 사람이 먹을 수 있다.

보리밥나무는 왜 겨울에 번식하는 방법을 터득했을까?
보통 숲은 여러 층(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으로 구성돼 있다.

식물은 햇빛 쟁탈전이 치열한 생물이다.
광합성은 식물체가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만드는 작용으로, 인간으로 치면 생사를 건 '밥그릇 싸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뭇가지도 광합성효율이 떨어지면 고사(Self cutting)시켜 버릴 정도다.
관목층 초본층의 식물들은 햇빛이 더욱 절실하다.

늦은 가을까지 광합성하려다가 엽록소가 남아있는 상태로 잎이 떨어지는 노린재나무나 왁살고사리 등이 그렇다.

봄철 짧은 기간 동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인 한계령풀, 복수초, 바람꽃류 등은 큰 키 나무가 잎을 벋기 전에 거사를 끝마친다. 그래서 '춘계단명식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러한 연유로 보리밥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낙엽진 겨울과 초봄을 놓치지 않고 활용해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생식생장을 하고, 겨울을 이겨낸 열매이기에 붉고 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보리밥나무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남해바다가 펼쳐진 한려해상국립공원 금산(보리암)지역의 계곡에서 볼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는 탐방로 외에는 갈 수 없고 열매채취가 금지돼 있으니 사전에 알고 찾아가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055/860-5805)로 문의하면 된다.
<권병창 기자/사진=한려해상국립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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