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나 안보가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됐는데, 이번 취임식을 시작으로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희망과 용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는 취임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주문한 취임행사의 의미와 컨셉이였다.
박 대통령은 앞서 통의동 집무실에서 취임준비위원회의 종합보고를 청취하면서 이같이 말하며 이번 취임식에 대해 몇가지 의미있는 당부를 했다.

우선 “국민들과 함께 하고 새로운 희망을 나누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특히 취임식 기획 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으로서 국민적 믿음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대형 광고기획사 대신 중견 업체에 대통령 취임식 준비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또한 “모든 분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행사를 보실 수 있도록 교통편까지 꼼꼼하게 점검해 달라”고 했으며, “취임식 이후에는 카퍼레이드가 예정돼 있는데, 생업에 바쁜 월요일에 시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게다가 “세계인들에게도 우리의 고유한 멋과 전통을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취임이라는 중요한 국가의례를 거행하면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자 한 의지였다.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는 이같은 박 대통령의 뜻을 담아 이번 취임식 기조를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로 설정했다.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이같은 기조를 반영해 지역과 세대, 계층을 아우른 국내외 초청자 7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 하늘을 열었다.

이는 역대 최고의 규모로, 각계에서 참여 신청이 쇄도해 가급적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인원을 늘린데 따른 것이다.

<사진=블로그 발췌>
특히 특별초청 대상자를 대폭 확대했는데, 대상자들은 △항일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현대사 과정에서 국민대통합과 관련된 인사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저소득층,장애인,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과 상생사회 인사가 포함됐다.

또한 △국토방위 희생자 및 유공자,북한이탈주민,해외자원봉사,선행자,의사자 유족 등 조국수호, 사회 및 국제평화 기여 인사 △모범 소방대원 및 순직 유가족,모범경찰,해양경찰,모범택시 등 민생안정 관련 인사 등이다.

게다가 △기초과학 및 미래신기술.가치컨텐츠 및 한류문화 등 미래가치창조 관련 인사 △미래 한국을 빛낼 꿈나무,우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등 희망의 새 시대 관련 인사들이 초청됐다.

세기의 취임식에는 145개국 주한 외교사절과 이와 별도로 22개국의 정부 고위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반도 주변 4강에서도 일제히 특사를 파견하며,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취임식에 여성 외국 정상급 인사 및 고위 정부 대표도 여럿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웹진 트리밍>
기념비적인 취임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로 나뉘어 진행됐다.

오전 9시40분부터 열린 식전행사에는 개그맨 김준호 허경환 신보라 최효종 박성호 김지민 씨 등의 사회로 많은 예술인들의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국악인 김덕수 씨의 태평소 솔로 공연과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길놀이 공연, 김영임 명창의 합동공연이 이어졌다.

또 건국 이후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상을 반영하는 영상과 함께 가수 JYJ, 장윤정, 소냐 등과 뮤지컬 배우들이 시대별 대표곡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싸이가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워 갈채를 얻었다.

본 행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표 30명과 입장하면서 팡파레가 울렸다.
동반 입장자는 단상에 오르는 국민대표 100명 중에서 인생 스토리와 연령, 지역 등을 안배해 선정했다는 것이 취임준비위원회의 설명이다.

행사는 국민의례, 국무총리 식사, 취임선서, 의장대 행진 및 예포 발사, 당선인 취임사,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소프라노 조수미-바리톤 최현수 씨가 애국가를 불렀으며, 국악인 안숙선 명창 가수 인순이.뮤지컬 배우 최정원 재즈가수 나윤선 씨가 ‘아리랑’을 재편곡해 애창했다.

뒤이어 박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환송한 뒤 중앙통로로 도보행진하면서 본 행사는 대미를 장식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후 광화문광장으로 이동, 한복을 입고 '복주머니 개봉행사'에 참여한 뒤 청와대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는 박 대통령이 1년을 상징하는 365개의 복주머니를 꺼내 국민의 희망 메시지를 낭독했다.
여기에 적힌 내용은 인수위원회가 홈페이지 정책제안 코너에 모인 국민의견들 가운데 선정한 것이다.

이후 박 대통령은 청와대가 소재한 청운-효자동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로 입성했다.
오후 4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을 축하하는 경축연회가 외교사절 등 국내외 각계 대표 등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오후 7시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요 외빈이 참석하는 외빈 만찬을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취임식의 일정을 끝냈다.

경축연회와 외빈 만찬은 전례에 따라 국내외 각계를 대표하는 귀빈들을 모시고, 검소하게 의전관례에 따라 진행되도록 했다는 취임준비위원회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식장을 떠나고 있다.
취임식에 앞서 25일 0시에는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의 임기 개시를 알리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보신각종 타종 행사가 열렸다.

식전 문화공연, 본 행사, 식후 행사 등으로 짜여졌다.
보신각종 타종은 대일항쟁, 건국, 참전용사, 산업화, 분단극복, 한류, 봉사선행, 국제평화 등 각 분야를 상징하는 18명의 대표가 맡았다.

타종 직후에는 강강술래 전통 예능 보유자 4인을 비롯해 전 참가자들이 ‘행복한 세상 맞이 강강술래’ 놀이를 펼쳤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국가유공자와 유족들과 함께 참배한 뒤 국회 앞마당으로 이동해 취임식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주옥같은 취임사를 하면서 7만여 객석으로부터 신뢰의 갈채를 무려 30여 차례나 받았다.

박 대통령은 대북 문제 등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대목에서는 손으로 제스쳐를 써가며 단호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일부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환영하는 의미가 담긴 이 곡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뉴에이지 뮤지션인 양방언씨가 작곡한 것이다.

경호인력에 둘러싸인 채 활짝 웃으며 취임식에 참석한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앞마당 중간의 분수대에 원형으로 마련된 분수대무대에 올라가 환호하는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행사취재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필자
박 대통령이 행진하는 동안에는 대선기간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이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녹음실에서 헤드폰을 쓰고 녹음을 하는 장면이 대형스크린에 뜨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처음에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국민합창단이 노래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국회 정문을 빠져나온 뒤에는 국산 리무진 승용차에 올라타고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지붕의 구멍을 통해 상체를 내밀고 인도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국회의사당=권병창 기자/맹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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