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이나겸 대위
국내 첫 여군 편조 C-130 임무수행
4발 엔진의 대형 수송기까지 '女風'

20일 오전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이하 5전비) 주기장.

기폭이 40m가 넘는 대형 수송기 C-130H의 조종석에 두 명의 여군 조종사가 나란히 앉는다.

우리 공군의 대형 수송기인 C-130은 그리스 신화의 힘센 영웅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표현을 따서 ‘허큘리스(Hercules)'라고 불린다.
수송기의 육중한 프로펠러가 정비사의 신호에 따라 힘차게 돌기 시작한다.

거대한 수송기의 조종석에 앉은 두 명은 이 비행단 제251전술공수비행대대 이나겸 대위(공사 52기, 31세)와 오현진 대위(공사 57기, 27세).

이들은 이 비행단을 이륙해 성남으로 비행한 후 특전사 요원들의 강하 훈련을 지원한다. C-130 기종에서 여군 조종사만으로 임무편조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2007년에는 이보다 작은 쌍발 수송기 CN-235를 여군 조종사 편조가 최초로 조종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나겸 대위는 ’12년 1월, C-130 정조종사 자격을 획득하며 대형 수송기에서는 ‘국내 1호 정조종사’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최대 128명의 인원을 공수하는 C-130 허큘리스를 여성인 이 대위가 책임지고 조종하게 된 것이다.

1,486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 대위는 “공군 최초로 C-130 조종사로 선발된 순간이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금녀의 벽을 또 하나 깼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이 대위는 2011년 일본 대지진 구호물자 공수작전을 수행할 때에도 방사선 노출 위험을 감수하고 조종석에 앉았다.

 조종사 오현진 대위
한편, 부조종사로서 이 대위와 함께 비행임무를 맡은 오현진 대위는 “우리 공군에서 최초로 C-130을 조종하는 여군 편조로 기록되어 뿌듯했지만, 처음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철저히 준비한 만큼 조종사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오 대위는 이번 주 토요일인 23일, 동기생이자 CN-235 조종사인 장명환 대위(공사 57기, 27세)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이기도 하다.

기폭 40.4m, 기장 29.8m에 달하는 대형 수송기 C-130기는 공군에서 운용하는 주력 공중기동기이자, 주기적으로 해외임무를 수행하며 가장 많은 승무원이 탑승하는 기종이다.

장시간 비행에 따른 조종사 컨디션 유지가 힘들고, 4개 엔진을 가진 항공기를 조종하는 데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남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의 여군 조종사가 C-130기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수송기의 정조종사는 동승 요원에 대한 리더십과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이 대위는 “임무기장으로서 각 승무원의 역할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며,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비행임무 전반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여군 조종사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51비행대대장 권판준 중령(42세)은 “수송기 분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부여된 여군 조종사들의 활약이 향후 후배 조종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중령은 “교관 조종사 승급 훈련 이수 등 향후 기량과 승급에 따라 정기 공수의무는 물론, 대간첩 작전임무, 탐색 구조작전, 항공의무 후송, 해외 공수작전 등에 투입되어 남자 조종사들과 다름없는 고난도 비행임무들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맹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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