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페 발췌>
차단시설 마땅 세대당 1,000만원 지급타당
주민반대 불구 건물외벽 통유리 시공제소

굴지 포털 네이버(NAVER)를 운영하는 'NHN' 사옥에서 반사되는 통유리 빛에 환경분쟁을 제기한 주민들이 승소한 이례적인 첫 판결이 나왔다.

현행 민법 제217조 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금지의 경우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조처할 의무가 있다고 명문화 됐다.

이번 사건은 태양 반사광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인정한 국내 첫 사례로 알려진다.
비록 공법상의 규제를 직접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건물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시공했다면 그에 따른 귀책사유로 책임이 인정된다는 이색 판결이다.

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4민사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NHN 본사 건물에 인접한 미켈란쉐르빌아파트에 거주하는 신 모 씨를 비롯한 주민 73명이 낸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태양반사광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각 세대당 1,000만원씩의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및 재산상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토지소유자가 태양반사광을 생성-유입시켜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는 정도가 민법 217조 소정의 ‘수인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 △태양반사광으로 훼손되는 생활이익의 법적 성질 △토지이용의 선후관계와 지역성 △토지이용의 용도 및 회피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교섭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아파트 내에서 눈부심으로 인해 앞이 잘 안 보이는 현상 즉 '불능현휘(인간의 시야 내에서 눈이 순응하고 있는 휘도보다 현저하게 휘도가 높은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 및 '맹안효과'를 볼 때 이번 사건의 경우 기준치의 약 440배 내지 2만9,200배 정도의 높은 휘도(밝기의 정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아파트 주민들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주거에 대한 소유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당하고 있는 만큼 민법 217조의 수인한도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비록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지만 통유리 외벽은 관광명소나 사무실 밀집지역, 유흥지역에서나 어울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시공됐다"고 인정했다.

뒤이어 "문제의 통유리 시공방법을 시행하는 것이 사옥을 신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태양반사광을 줄일 수 있는 저감시설 설치방안으로 변호인 측이 제시한 3가지 방법, 즉 △커튼월(curtain wall) 방법 △필름(film) 방법 △수직 핀(pin) 내지 루버(louver) 방법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판결했다.

'커튼월' 방법과 '필름 방법'은 유리외벽 중 조망을 위한 창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칸막이 형태의 벽체나 필름을 설치해 반사되는 유리의 면적을 줄이는 기법이다.

이어 '수직 핀' 내지 '루버' 방법은 건물의 유리외벽 중 반사되는 지점들을 찾아내 그 부분에 수직으로 된 핀이나 루버를 설치, 반사광을 차단하는 공법이다.

성남지원의 김태형 공보판사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이웃 주민의 피해를 인정한 국내 첫 판결"이라며, 기존에 공군비행장과 관련된 판결이 있었지만, 공익적 목적을 위한 건물이 아닌 사기업의 건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사건이란 점에서 또다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규상 위반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에 아직 태양반사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판례가 없어 일본, 독일 등의 외국 판결례를 참조하고, 3차례에 걸친 현장검증과 태양광 반사감정, 시가감정 등을 거쳐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측이 주장한 조망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NHN은 2010년 지상 28층 규모의 본사 사옥을 신축하면서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된 글라스 타워(glass tower)를 통유리 시공방법을 택했다.

때문에 인접한 주민들은 아침에 해가 뜰 무렵부터 해질 무렵까지 하루 종일 ‘눈이 부시다’는 불만을 성토해왔고,급기야 지난 2011년 3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번 사건을 변론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장홍록 변호사는 “해당 장소에는 원래 층수가 낮은 공공건물이 들어오기로 성남시와 얘기가 됐던 곳인데 어떤 연유에선지 고층의 NHN 사옥이 들어서게 돼 공사 시작 전부터 이웃 주민들의 항의가 거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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