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카페 발췌
잔 심부름하며 도제식으로 익히고 배워
‘포암요(布岩窯)’의 도예가 이동규 대표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하늘재는 장엄한 백두대간에서 가장 먼저 열린 고갯길로 길손의 호흡은 가파르다.
충주시 상모면과 문경시 문경읍에 위치한 해발 962m 포암산 또한 산자수려한 풍광과 목가적인 전원형 산림이 울창하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포암산은 고개 맞은 편의 탄항산, 주흘산, 부봉, 마패봉을 잇는 능선을 마주 보며 하늘재를 시위하듯 지키는 산이다.

충주 쪽에서 보는 포암산은 그저 그런 편이지만, 문경 관음리 쪽에서 보이는 바위산의 위용은 장엄하다. 그러나 산 이름은 의외로 소박한 편이다. 삼베가 늘어뜨린 것 같은 바위가 즐비하다는 뜻의 ‘베바위’에서 포암(布巖)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구전이다.

산자락을 따라 고즈넉한 해발 525m의 하늘재를 지나 450여m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포암산의 정상에 다다른다.
미려한 송림을 따라 하늘재에 맞닿을즈음 마침내 ‘포암요(布岩窯)’란 입간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줄잡아 1,000여 평 남짓한 부지위에 전통가마와 전시장, 살림집이 소담스레 자리하며 나그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포암요’를 도예가 이동규 대표가 이 곳에 요장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02년도이다.
그동안 익혀온 섬세한 도자기술은 현재 ‘주흘요’를 운영하는 숙부 이정환 도예가의 가르침을 훈육으로 삼으며 도공에 입문했다.

맨처음 초등학교 때부터 숙부 곁에서 잔 심부름을 하며 도제식의 노하우 하나하나를 몸과 눈으로 익혔다.

이 대표의 주력 작품은 처음에는 이라보 다완에 중점을 두고 했으나 최근들어는 주문자의 기호에 따라 차도구 찻사발 다기 세트와 청화백자, 분청사기에 도전하고 연구노력하고 있다.

‘이라보’는 처음에는 못나고 거칠어 보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전통가마를 통해 찻자리를 지켜왔다.
땟깔이 신비로운 이라보 찻잔은 부전지묘(不傳之妙)한 매력이 배어나지만 요즘에는 생활자기 주문이 주류를 이룬다.

이동규 대표는 그동안 개인전, 그리고 그룹전 등도 수차례 가졌으며, 그 때마다 공부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배웠다.

전통가마는 연중 6회 정도로 불을 지피며 심오한 도예 작업에 몰두한다.
도자 재료는 모두 손수 자연에서 그대로 채취하다 사용한다는 고집스런 철학을 지킨다.

가장 가까운 곁에서 내조를 겸하는 부인 곽경하 씨는 동국대학교 미술대학을 나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도자기를 업으로 하는 남편 이동규 대표에게는 큰 힘이 되고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장수 못지 않다는 귀띔이다. 이 대표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에 항상 감사할 뿐이란다.

그의 덕분에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이 대표는 앞으로 대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싶다.
아내가 그림을 한국화 동양화 산수화 등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려줘 작품이 돋보인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본인만의 창작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게 그의 희망이자 작은 소망이다.
이번 문경 찻사발 최우수 축제에 출품할 작품을 택하느라 두 젊은 내외는 온종일 값진 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문경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활약에 기대가 크다.

문경지대 ‘도자기의 고장’ 명성 되살려
이동규 대표“돈과 영리는 ‘도공의 길’ 벗어나”

1980년대 후반 탄광산업이 쇠퇴한 후 침체에 빠졌던 문경에 90년대 후반부터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도공들이 최근 자기 빛깔을 내면서 ‘도자기 고장’의 명성을 되살리고 있다.

이들이 옛 전통가마 기법을 이용해 만든 도자기의 ‘한국적 미’를 감상하고 찾는 관광객과 호사가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문경에는 새로운 희망이 영글어가고 있다.

문경 지역에는 크고 작은 30여 곳의 가마가 있다. 평균 연령이 대부분 50, 60대인 다른 도요지에 비해 젊은 층의 쇄도가 희망찬가를 부른다.

대대로 가업을 잇는 도공들도 있지만 전통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문경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이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국적 미를 완성하려는 이들의 열정은 가스 연료를 쓰는 개량형 가마보다는 전통장작 가마를 선호하는 ‘포암요’의 이동규 대표와 같이 비지땀을 흘린다.
가스 가마는 성공률이 90% 이상인 반면 장작불을 이용한 전통가마는 도자기 위치에 따라 가열 온도가 달라 성공률은 고작 20∼30%에 불과하다.

이런 탓에 경기 여주와 이천 등지의 일부 도요지는 대부분 가스가마로 바뀐 지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다.하지만 전통가마 기법을 익히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관음리 포암요(布岩窯)에서 만난 이동규 대표는 “흙 배합과 가마에 장작을 넣는 타이밍 등 특유의 감각을 동원해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한가지 기술에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렸다”고 술회한다.

그는 “기술이 단계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에 맞닥뜨릴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숱하게 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한다.

이동규 대표는 “돈과 영리는 도공의 길이 아니다. 사람들은 ‘도자기에 미쳤다’고 하지만 도자기 속에서만 행복해 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고백한다.
이 대표는 “세월과 씨름하면서 끊임없이 연구해 한국 전통 도자기의 극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도공의 길’을 가겠다”며 희망어린 포부를 밝혔다.
<BIZ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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