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이완우>
각국 경기부양위해 경쟁적 금리인하

글로벌 경기불황을 극복하려는 각국이 금리를 경쟁하듯 내리고 있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도 앞다퉈 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인플레 기미도 없자, 자국 통화의 대외 경쟁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려는 경쟁이다.

이는 일본이 엔화가치를 대폭 절하한 환율정책에 충격을 받은 경쟁국들이 이의 방어책으로 금리인하가 기폭제가 됐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1.5%로 인하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이날 예정에 없던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를 앞질러 단행한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최근 잇따른 각국 금리인하 경쟁의 한 단면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금리인하와 함께 앞으로 자국 통화 세켈을 대대적으로 매도하고, 약 21억달러 상당의 외화를 매입하는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세켈이 지난 2011년 8월 이후 달러 대비 최고치를 보이자, 이런 조처를 취한 것이다. 이 조처로 세켈은 달러 당 3.54세켈에서 3.61세켈로 절하됐다.

앞서 5월을 전후해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폴란드, 인도, 헝가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금리를 인하해 왔다.
유럽연합(EU) 중앙은행도 지난 2일 또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도 앞으로 몇주 안에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하리라고 제이피모건은 예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최근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금리인하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 선진 경제권의 계속되는 금리인하와 통화 양적완화로 촉발됐다.
주요 선진국들의 이런 조처에도, 경기 회복은 더디고 인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이다.

여러 나라들이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한 것은 금리 및 통화정책 운용 폭을 최대한 활용해 자국 산업 경쟁력 확보에 뒤쳐질 수 없다는 경쟁이다.

특히 미국이 이달 들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해오던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에 더욱 자극받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리인하와 통화 양적완화 조류가 뒤바뀌기 전에 금리를 미리 낮춰 통화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기를 부양해, 앞으로 금리인상 국면에서도 정책 조정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달 들어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이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실행 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연준이 조심스럽게 그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한 장기 금리인하가 막바지에 이른 게 분명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각국이 이렇게 금리인하 경쟁에 나서는 데에는 인플레 부담이 적은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의 금리인하와 통화 양적완화에도 올해 세계경제의 인플레는 약 2~3% 정도로 예상된다고 제이피모건이 밝혔다.

문제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언제부터 실행되느냐다. 연준이 조심스럽게 출구전략을 내비친 건 시장에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다. 좀 더 명확한 신호는 다음주에 열리는 연준의 5개 연방지역은행의 회의에서 나올 전망이다.

이 회의에서 나오는 연준 위원들의 시장 평가는 향후 출구전략에 대한 밑그림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저널>의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5%가 올해 3~4분기에 연준이 채권 매입 양을 축소하리라 예상했다. 45%는 내년이나 그 이후로 예상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 또는 중단 이후 그 다음 수순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 올해 말까지는 각국의 금리인하 경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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