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이완우>
200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며 대한민국도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실버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실버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5년 후인 2018년이면 고령 인구가 총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단순히 고령 인구 증가만을 주목했을 뿐 이들의 수요 예측과 구매력 분석이 부족해 현실은 전망과 달랐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실버산업에 주목하고 진입했다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실버산업은 과연 블루오션인가.

지난해 초에 발표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고령친화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는 서론에서 “고령친화산업(실버산업)의 범위 규명 및 정확한 시장 정보 부족으로 정부 및 유관 기관은 정확한 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한계를 밝히며 시작된다.

대한민국 실버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0년 고령화사회 진입 이후 실버산업을 주목할 것을 주문하는 많은 보고서가 나왔다.
 
‘실버 세대는 향후 소비 주체’라며 노인들의 천국인 미국과 일본의 실버산업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내용과 구성의 연구와 보고서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령 인구에 진입하는 세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없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2006년 44.9%였던 노인 빈곤율은 2011년 48.8%까지 늘었다. 고용 시장은 노인을 외면하고 금융시장에서는 이들을 가계 부채의 뇌관으로 파악하고 있다.

생계난에 허덕이는 노인 빈곤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마땅한 소득원이 없어도 젊은 시절부터 부어 왔던 보험이나 연금이 뒷받침된다면 경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1988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의 만기 수급 자격이 되는 고령층이 최근 들어서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현시점에서 고령 인구의 경제력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까닭에 곧 블루오션으로 펼쳐질 것처럼 전망됐던 실버 시장이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질적으로 실버 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예측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사업자들은 수요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버 시장의 현주소는 실질적인 소비층이 형성되지 않은 아직 협소한 시장에 불과하다.
더욱이 영세한 중소기업들 중심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실버산업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19 55~1963년생) 세대의 고령 인구 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마지막 세대인 1963년생의 현재 나이는 50이다.
약 1,18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앞으로 10여 년 동안 고령인구에 진입하며 실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과거 고령 세대보다 건강하고 가처분소득과 교육 수준 등이 높은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소비 주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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