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서둘러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출산⋅육아휴가나 장려금 지원 등이 필요하지만 초등학교 취학전 어린이를 돌볼 수 있는 어린이집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민간 어린이집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알려지긴 했으나 ‘이 정도까지였나’ 하고 고개를 젓게 한다.

식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가락시장 바닥에 떨어진 배추 시래기를 싼값에 사들여 대량으로 냉동보관한 뒤, 일주일 내내 식단표에도 없는 시래깃국을 먹였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다.

일부 민간 어린이집의 이런 범죄 행위는 결국 돈 때문이다. 처음에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어린이집을 짓고 운영하는 데 들어간 투자비용을 뽑으려다 보니 이윤극대화가 지상목표가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게 권리금 밀매다. 40명 정원 어린이집의 경우 2억원가량의 권리금과 함께 매매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 1명당 500만원 정도의 권리금을 받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시급하지만 현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2204곳으로 전체 어린이집 수의 5.2%, 이용 아동 수는 14만9667명으로 10.1%에 그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의 75%이고, 오스트레일리아도 34%에 이른다고 한다. 참여정부에서는 그래도 매년 국공립 400곳을 지으려 노력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공립 신축이 10분의 1 이하로 줄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국공립이 최소 3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그 정도는 돼야 어린이집 운영의 표준이 마련되고, 민간 어린이집도 국공립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수준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국공립 확충은 예산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것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아파트를 지을 때 300가구 이상 공공주택지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든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사용하지 않는 경찰 지구대를 리모델링해서 어린이집으로 꾸미는 경우도 있는데, 인천시와 서울시는 이미 이런 사례가 있다.

국공립이 확충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물샐틈없는 관리감독이 따라야 한다. 지금은 구멍이 너무 숭숭 뚫려 있다.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실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국 8119곳의 어린이집이 지난 한 해 동안 단 한 차례도 점검을 받지 않았다.
어린이집 10곳 중 2곳은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영국에서는 3년마다 학교 평가를 담당하는 교육표준청의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돼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완우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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