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자 무상보육 등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임신부들조차 마음 편히 아이를 분만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 지방에서는 분만병원이 없어 임신부가 출산을 위해 위험스레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대도시로 가고, 심지어 출산 도중 산모가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사정을 외면하고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나서는 정부를 보면 제대로 출산정책을 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임산부가 도처에 널려있다니 의료 후진국으로 후퇴하는 모습이다.
분만병원이 없는 시.군만 5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자녀 교육비 증가로 출산기피 현상이 늘어났고 이에 따른 분만이 줄어들어 환자가 없고 수익성이 없으니 병원들이 산부인과 의료행위를 축소한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분만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산모의 숫자가 197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강원도는 신생아 10만명당 사망하는 산모가 34.6명에 달한다.

중국, 우즈베키스탄과 맞먹는 수준이라니 충격적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하는 탓이다.

저출산으로 가뜩이나 산부인과 의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분만 의료수가와 의료사고 소송 등의 문제까지 겹치면서 분만실 문을 닫는 병원은 늘고 있는 것이다.
분만환자의 의료보험 혜택, 출산장려 정책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것으로 사려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과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겪은 일본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산모에게 지원금을 주고, 불가항력적 분만사고 보상금을 국가가 부담하는 등 발 빠르고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 산부인과를 살려냈다고 한다.

한 중소도시는 산부인과 의사 숫자가 줄자 분만병원을 통폐합하면서 대신 조산사가 있는 분만센터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옆에 위치한 병원 산부인과와 태아 모니터를 연결해 의사가 즉시 달려올 수 있다고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산모가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 유기다.

출산율 높이기에 성공한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과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

자녀 보육시설도 늘려 출산가정의 부모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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