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침식방지를 위해 설치했던 콘크리트 옹벽이 최초로 철거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일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안사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충남 태안군 고남면 바람아래 해변의 할미섬 둘레에 설치됐던 침식방지용 콘크리트 옹벽을 철거하고 친환경 복원기법을 적용해 자연사구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바람아래 할미섬 해변은 1990년대 후반까지 인근해역에서 진행된 바다모래 채취의 영향으로 해안과 바다 사이에 모래이동이 활발해 지형변화가 심했던 곳이다.

이에 태안군은 1998년 길이 273m, 높이 2.5m의 침식방지용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하고 곰솔을 식재하는 등 사방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이 지역은 곰솔림과 모래언덕을 터전삼아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표범장지뱀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9년부터 국립공원특별보호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지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 결과, 1998년 바다모래 채취가 금지된 이후 침식현상이 멈추고 모래퇴적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옹벽이 가로막아 모래가 할미섬 내륙까지 퇴적되지 못하고 표범장지뱀의 이동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어 옹벽 철거를 결정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할미섬을 둘러싸고 있는 옹벽 273m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모래포집기를 설치해 자연스런 사구가 형성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모래포집기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약 1.5m 높이의 울타리로 해안가에 설치해 두면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걸려 쌓이게 되는 구조다.

이 공법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2년에 처음 개발해 태안해안국립공원 기지포해변 복원에 사용한 이후 지금은 자연형 사구복원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구식물을 식재해 표범장지뱀 서식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한편,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군에는 침식방지와 도로개설 등으로 인해 10개소 20km의 옹벽이 있으며, 국립공원 지역에만 7개소 5km의 옹벽이 있다.

그동안 해안가에 설치된 옹벽은 바다와 육지 간 모래흐름을 차단하고 파도 세기를 강화시켜 해안침식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태안군 지역에서 해안옹벽을 철거해 자연상태로 복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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