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신흥시장국들이 고속 성장을 마감하고 ‘대감속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감속 시대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를 밑돌 것이라고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7일자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대감속(Great Deceleration)’은 신흥시장국의 성장이 선진국의 불황을 만회하거나 보완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경기가 침체돼도 세계 경제가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브릭스’라고 불린 신흥시장국의 선전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브릭스의 성장률이 반토막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가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 브릭스는 전례 없는 호황기를 보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었다. 1993~2007년 중국은 해마다 평균 10.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GDP에서 중국의 상품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대 중반 16%에서 2008년 27%로 뛰어올랐다.
중국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들이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선진국이 1980~2010년 비농업 노동시장에 약 1억6000만명을 새로 공급하는 동안 브릭스는 약 9억명을 추가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는 브릭스에 전화위복이 됐다. 이들은 달러를 공격적으로 사들여 외환보유액을 늘렸고 자국 통화의 환율을 낮췄다.
낮은 환율은 수출을 활성화했다.

현재 브릭스의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쌓은 3조5000억달러를 포함해 약 4조6000억달러에 이른다.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 환율 정책이 결합하면서 2007년 중국의 GDP 성장률은 14.2%, 인도 10.1%, 러시아 8.5%, 브라질 6.1%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0년대로 접어든 뒤 ‘잔치는 끝났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브릭스 경제는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미쳤던 2009년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10년 전 중국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미국의 8%였으나 현재 18%까지 치솟았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동인력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여력이 다해가고 있는 것이다.

브릭스가 세계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2008년 브릭스 GDP 성장률은 세계 성장률의 3분의 2를 차지했으나 2011년 50%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50%에 못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7.8%, 인도 5.6%, 러시아·브라질은 각각 2.5%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차기 신흥시장국들이 분발해도 브릭스만큼의 고속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는 브릭스 정치 지도자들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인도는 더 나은 공공서비스와 생활 수준을 원하는 중산층의 불만을 억누르며 경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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