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발의된 ‘김영난법’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의결했다.

의결된 법안에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8월 입법예고한 원안의 핵심 내용이 빠졌다.
원안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챙긴 공직자를 형사처벌토록 했다.

수정된 법안에서는 공직자가 금품을 받아도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돼 있다.
다만 수수금액의 최고 5배까지 과태료를 물릴 따름이다.

이래서야 스폰서 관행과 같은 구조적인 공무원 비리를 근절하기 어렵다. ‘반쪽 입법’이다.

국회의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리 발생시 벌금형으로 일정금액 초과시 의원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처벌 규정이 약화된 것은 공직사회의 반발 탓이다. 공직사회에 수십 년간 누린 ‘절대 갑’의 자리를 내려놓도록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1년간 규제와 처벌이 과잉입법이라는 논리로 법 제정을 막았다. 힘있는 공무원에게 뒷돈을 주는 행위가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 처벌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과잉처벌이 아니라고 하는데 법무부만 과잉처벌이라고 한다”고 했다.

부정부패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도 재벌의 금품 로비를 받은 전 국세청 차장이 구속되고, 서울지방국세청과 전 국세청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부패 의지를 다짐했다.

이 같은 강경책이 “새 정부에서는 부정부패의 뿌리만은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역대 정부가 부패 척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국민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부패 공화국’의 오명을 씻는 일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뿌리 뽑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는 필수적이다.

반부패법을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김영란법에 큰 구멍을 내서야 어떻게 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은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 유관단체, 공공기관에 적용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되돌려야 한다. 국회에 구멍난 김영란법이 제출되면 국회는 원안을 되살려내야 한다.

김영란법은 부패 척결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강력한 의지 없이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겠는가.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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