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부동산 관련 법안의 ‘빅딜’을 야당에 제안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축소에 동의해주면 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받아들이겠다는 타협안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취득세의 영구적 인하 등 부동산 법안을 일괄 타결하자는 게 여당 구상이다.
전월세상한제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반(反)시장적’이라며 극력 반대하지만 정치권은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생각인 듯하다.

지금 주택시장은 ‘전셋값이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년 전보다 12% 넘게 올랐다.

비수기인 지난달에도 서울의 전세가격이 전달보다 0.52% 올라 2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니 집을 사지 않고 전세시장으로 몰리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이 가장 타격을 받지만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상한선 내에서만 전셋값을 인상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인상 한도를 고민할 필요 없는 새 세입자를 찾을 것이다.
전셋값 상승분에 해당하는 월세를 더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존 세입자에게 2년 전세 계약을 추가로 맺을 수 있는 권리를 줄 경우 집주인은 4년 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리려 할 것이다.

임대료 규제를 계속할 경우 중장기적으론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주택의 질도 떨어져 결국 세입자를 더 힘들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1970년대에 경험한,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의 단골 메뉴인 반시장적 정책이다.
이를 알면서도 가격규제를 고집한다면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분양가상한제 축소를 주장하는 여당이 그 지지 대가로 전월세상한제를 수용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적 구매 수요가 사라지면서 집값이 안정되는 대신 전셋값이 집값에 근접하는 현상이다.

민생을 힘들게 하는 전세시장 불안을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전셋값을 단번에 잡을 묘책은 없다.

공공임대주택 등 질 좋은 전월세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으로 매매를 활성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전월세 수요를 내 집 마련 쪽으로 트는 방안이 최선이다.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면서 시장과 맞서다 보면 훗날 반드시 시장의 보복을 부를 것이다.
<논설주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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