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도 2015년부터 종합과세

정부는 8일 공개한 세법개정안에서 목사·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헌법 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헌법 11조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종교인에 세금을 내라고 하지 못했다.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게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기재부는 2015년 이후 발생하는 종교인의 소득분에 과세하기로 해 40여 년간의 논란에 매듭을 지었다.

최대 쟁점이던 소득 분류 방법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로 가닥이 잡혔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이외에 강연료·인세·자문료·사례금 등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기타소득의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22%(주민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 원천징수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크기에 상관없이 4.4%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종합소득세 신고시 일부 환급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종교인 소득 원천징수의무자(교회, 사찰 등)가 1년에 2번만 세금을 내도록 반기납부특례를 허용하고, 종교단체에서 받는 소득 외에 근로소득, 퇴직소득, 연금소득 등 나머지 소득에는 분리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재부는 올 초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기타소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종교인 과세를 하고자 한 것은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부분을 일단 과세권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4.4%의 세금을 기타소득세로 과세하면 고소득 종교인과 저소득 종교인 간 역진성(逆進性)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 대상 종교인의 정의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종인을 '제사 및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이'로 규정할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종교시설은 9만여 개, 성직자 수가 36만5천명, 공식적인 헌금이 연간 6조 원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문화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국내 종교계 교직자 수는 17만307명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종교 단체는 법률상 등록·신고 절차가 전혀 없어 공식 통계도 없다"며 "과세당국이 종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의 세수효과는 100억원에서 크게는 1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향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와 공연장·요식업 등 각종 수익사업에 세금을 추징할 경우 세수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종교법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법상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의 부동산에는 재산세와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관련 부동산을 이용한 수익사업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교인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법개정안을 이제 막 내놓은 만큼,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논설위원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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