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이완우>국회 정화를 위한 여야의 대치국면은 해소되지 못한 체 계속되고있다.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끝나고 올해 정기국회를 눈 앞에 두고도 여야의 대치정국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53일간의 국정원 국조가 마무리되면 정국이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야당의 장외투쟁과 여당의 대야 공세로 일찌감치 물거품이 됐다.

대치 정국의 돌파구로 여겨온 청와대 회담을 놓고도 여야는 서로 다른 셈법에 골몰하고 있어 아무런 진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민생 회담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야당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박 대통령이 '민생 회담'을 거듭 언급한 것은 민생 입법의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여야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제안을 재확인한 셈이나 민주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과 관련한 태도 표명 없이 민생만 논의하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라며 회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여야 회동을 둘러싸고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정치권은 이렇게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당장 주요 민생 법안을 처리하고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을 심의해야 하는 정기국회가 오늘로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다.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려면 이달 안으로 국회를 가동해 전년도 결산심사도 마쳐야 한다.

할 일을 놔두고 해법을 모색하는 일은 거들떠보지 않고 기싸움, 명분싸움만 하고 있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참담한 심정이다.

그런 점에서 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3·15 부정선거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는 공개 서한을 보낸 건 민심과는 거리가 먼 정치공세로 여당을 더욱 자극한 것임을 야당측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한 달 가까이 끌어온 장외투쟁도 "이제 본격 시작일 뿐"이라며 그 강도를 더욱 높여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회담을 처음 제안한 김 대표는 정기국회가 임박한 시점에 결산국회도 외면하고 장외투쟁에 매달려서 얻을 게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볼 때가 됐다.

처음 공언한 대로 청와대 회동의 형식과 의전에 매이지 않고 민생을 돌본다는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국회로 복귀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어제로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대통령은 여야 회담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거듭 밝히긴 했지만 민주당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경제상황과 전월세난, 일자리 문제 등을 생각하면 민생지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국회에 올라간 경제민주화,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들, 지하경제 양성화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여야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반드시 해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민생 법안을 처리하려면 밉든 곱든 야당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있다. 야당을 비판하는 명분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야당이 계속 등을 돌린 채 협조하지 않으면 민생 국회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막말정치를 중단하지 않고 장외로 돌고 있다고 계속 몰아세우기만 해서야 정국 정상화를 바랄 수 있겠는가.

청와대와 여야는 더 이상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정국을 정상화해 민생 챙기기에 전념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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