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완우]
노사분규의 원인이되는 작업현장의 불법 노동행위를 중재해야 할 노동부가 편파적인 사고로 중재에나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에 고용노동부가 16일 면죄부를 주었다.
노동부는 두 달에 걸쳐 감독관 37명을 동원해 철저히 조사했다고 하나, 처음부터 삼성을 봐줄 속셈으로 겉핥기에 그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어렵사리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들은 내팽개치고, 삼성과 협력업체들이 짜맞춰 놓은 형식적인 서류들만 인정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우선 노동부는 눈에 뻔히 보이는 실체조차 부인했다.
노동부는 협력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봤으나, 삼성 본사가 만든 자료인 `채용 프로세스’를 보면 삼성이 채용의 모든 절차를 수립하고 관여하고 있다.

채용심사, 등록심사, 등록승인 모두 본사가 한다. “본 내용은 지사 인사담당이 ‘승인’ 절차를 통해 기사코드(사번)을 부여하는 화면임”이라는 설명까지 달린 사진 증거도 있다.

이렇게 명백한 물증에 눈감은 게 굵직한 것만 따져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노동부는 또 스스로 논리적 오류에 빠졌다.
노동부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업무매뉴얼이 존재하며, 그 매뉴얼에 따라 업무가 진행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바꿔 말해 작업물량 배정과 작업배치 결정권, 근태관리 등을 협력업체가 아니라 본사가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게 위장도급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게 위장도급인지 묻고 싶다.

대법원은 이미 2011년 금호타이어 사건에서 `원청이 아무런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원청이 제공한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하였다면 위장도급’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를 무시했으니, 노동부는 자신의 위상을 대법원보다 높인 셈이다.

무엇보다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간접 고용 문제를 외면해버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제조업⋅유통업⋅서비스업 가리지 않고, 인간 노동에 대한 중간착취를 금지하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비웃으며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같은 간접 고용을 늘려왔다.

이를 통해 재벌들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으며, 고용불안을 이용해 싼값으로 사람을 부리고, 직접 사용자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노동 3권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있다.

재벌들의 이런 횡포에 맞서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노동부는 거꾸로 재벌들 편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부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서비스가 20년 동안 벌여온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합법화되는 것을 넘어, 다른 유사한 업종에서 간접 고용이 기승을 부리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