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이완우]국가적인 사업으로 MB정권의 근간이 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담합행위는 파면 팔수록 구린내가 진동한다.

서울중앙지검은 4대강의 보, 둑, 댐 공사에서 경쟁 입찰을 가장해 투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형 건설업체 11곳의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등 이른바 '빅 5'를 포함해 이름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은밀한 뒷거래에 줄줄이 가담했다고 한다.

4대강 담합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와 감사원을 거치며 다 아는 사실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검찰 발표는 우리를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든다. 건설사들의 치밀한 담합 과정과 수법 때문에 그렇다.

담합 수법을 보면 그간 그늘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총동원한 모습이다. 경쟁 가능성을 아예 없앨 정도로 치밀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빅 5'는 SK건설을 영입해 6개사 협의체를 구성한데 이어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도 끌어들였다.
이렇게 해서 4대강 사업 모임에 낀 건설사는 19개사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다음엔 턴키공사에 대한 각사의 지분율까지 정해 보 공사를 공구별로 나눠먹었다.
유찰을 막고자 들러리를 세우는 것은 기본이었다.

들러리들은 설계점수가 낮게 나오도록 낙찰 예정자의 원 설계도면을 받아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B설계'를 했다.

심사위원에게 졸속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제본까지 끝난 설계도 곳곳에 종이를 오려붙여 수정하는 '따붙이기' 수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탈락 건설사에 주는 설계보상비를 받아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지경이니 투찰가격을 들러리 업체들과 사전 조정한 것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목전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 끈끈한 유대 앞에서 경쟁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 입찰이었다.

4대강 사업엔 22조원이 들어갔다.
검찰이 이번에 집중 수사한 보 공사 입찰의 낙찰률(투찰금액/공사추정액)은 89.7~99.3%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에 따른 건설사의 부당이득이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경쟁이 없다 보니 혈세로 건설사의 배만 불린 꼴이 됐다.

정부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이 구설에 휘말릴까봐 당시 정부가 쉬쉬했다는 방증도 있어서다.

앞서 공정위가 4대강 1차 턴키공사에 대한 담합의혹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작성해놓고도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일이나, 작년 6월에 뒤늦게 내놓은 처벌 결과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역풍에 직면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다른 턴키 공사를 포함한 남은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우선으로 파헤쳐야 할 과제다.
4대강 사업의 수혜업체로 알려진 설계 감리업체 한 곳의 회장이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고 현대건설의 전 대표도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시민단체에게서 고발된 바 있다.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용처까지 찾아내 로비가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들러리를 서면서 졸속 설계도로 타간 설계보상비 290여억원을 회수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관계당국이 할 일이다.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원은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입찰참여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지도 정부는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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