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제공>
 
 
백제 고도문화의 상징적인 고란사 경내 고란초에 대한 서식지 보호 및 천연기념물 사업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년 가까이 본지와 자매지 환경방송, 부여군,부여군재경향우회 등이 추진해온 고란초 천연기념물 추진사업이 2014년도 고란초 자생지의 생태환경 조사는 물론 천연기념물(또는 도지정 문화재) 지정의 토대가 마련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6일 문화재청과 부여군에 따르면, 지난 8월23일 문화재청 소속의 문화재위원 2명, 문화재전문위원 1명, 문화재청 담당공무원 2명이 현지 고란사 주변의 고란초 자생지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이같이 보고됐다.

위원회는 고란초 자생지의 추가위치 파악을 통해 서식면적이 적은 데다 고란초 관련, 문헌조사는 물론 고란초의 식생변화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2013년 제9차 천연기념물 분과 문화재 위원회의를 통해 '부결'을 뒤로 시.도지정문화재 지정에 따른 '권고' 의견으로 확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고란초의 경우 문화재 지정가치에 있어 지난 2005년 이전엔 자연환경보존법에 따라 1993년 특정야생식물(희귀종), 1998년 환경부 보호야생식물로 지정됐으나 전국에서 군락지가 다수 발견됨에 따라 법정보호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고란초는 기후변화나 수질오염 같은 환경요인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어 환경지표 식물로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제기됐다.

특히 부여를 아우른 부소산성 내에서 자생하는 고란초는 그 이름의 유래와 전설이 부여지역과 백제, 고란사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잎의 모양과 크기에서 차이가 있어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는 식물학계의 조언이다.

위원회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고란초가 전국적으로 분포되고 있는 만큼 고란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보다는 고란초가 처음 자생하기 시작한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의 고란초 자생지에 대한 분포면적에는 부여읍 쌍북리 산4 문화재청 소유의 388,255㎡와 대한불교 조계종 고란사 소유 부여읍 쌍북리 산1 3,074㎡로 파악됐다.

사료가치가 높은 고란초의 분포 현황 가운데 고란초는 중부이남의 강가 절벽이나 산지의 그늘진 바위틈 등에서 자라는 소형의 양치식물로 기록된다.

고란초는 일반적으로 근경(根莖)이 옆으로 뻗어가면서 자라고, 잎은 드문드문 돋아나는데 단엽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한 타원상피침형 또는 피침형이다.

그러나 잘 자란 것은 끝이 2, 3개로 갈라져 마치 창같이 보이는 것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잎이 3개로 갈라진 것은 가운데 열편이 가장 크고, 길이 5∼15㎝, 너비 2∼3㎝로서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다소 흰빛이 돈다.

주맥이나 측맥이 뚜렷하고, 가장자리가 다소 두꺼워져 검은 빛이 돈다.
그리고 엽병은 잎의 크기에 따라 다르나, 길이가 5∼25㎝로서 딱딱하고 털이 없으며 윤택이 있다.

포막은 없고 포자낭군(胞子囊群)은 둥글며 양쪽측맥 사이에 1개씩 달려서 두 줄로 배열하는데 익으면 황색이 된다.

고란초는 양혈, 이뇨 해독, 청열, 종기, 소염 등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예로부터 임질 등에 민간약초로 애용된 것으로 문화재청은 전했다.

 
뿐만아니라, 고란초는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과 괴산군의 경계에 위치한 희양산에 대단위 군락지가 확인된 바 있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민통선 지역, 대전시 중구 보문산 내 고촉사 경내와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에서도 확인됐다.

또한 서울시 노원구 수락산 고란초 자생지는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실정이다.

반면, 부소산성 내에는 500여 개체 이상의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으며, 잎의 크기가 최대 3cm 이하로 다른 지역의 확인되고 있는 고란초와 크기 및 모양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현재 부여군에서는 부소산성(사적 제4호) 내 고란사(도 문화재자료 제98호) 뒤편과 낙화암(도 문화재자료 제110호) 사이 바위에(부여읍 쌍북리 산1, 산4번지 일대) 분포하고 있다.

한편, 고란초의 유래는 부소산성 내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 자라기 때문에 '고란초'라는 이름으로 구전된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 임금이 항상 고란사 뒤편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애용해, 매일같이 신하를 보내 약수를 떠오게 했던 것으로 기록된다.

이후 고란약수터 주변에서 자라는 기이한 풀이 있어 이름을 '고란초'라 불렸는데, 약수를 떠오는 궁녀들이 임금에게 바칠 물동이에 고란초 잎을 한두 개씩 물 위에 띄워 옴으로서 '고란 약수'라는 것을 증명했던 것으로 구전된다.
<권병창 기자/부여=차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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