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태종
30년 가수의 삶과 노래로 채우지 못한
감동의 여운 오래 남을 노래를 만나다

아름다운 사랑은
상대가 사랑하기 전 먼저 사랑하는 것이요
아름다운 사랑은
상대가 거절할 때도 여전히 사랑하는 것이요
아름다운 사랑은
상대가 미워하여도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요……(이하 생략)

「아름다운 참사랑」은 30년간 가수 활동을 해온 이태종(50) 씨가 최근 발매한 싱글앨범에 실린 신곡이다. 이 씨는 요즘 대세인 아이돌이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가수가 아니다. 는 많은 사람이잘 모르지만 그의 내공은 명 작, 편곡가들 사이에서 ‘영혼을 울리는 보이스의 소유자’로 불리우는 실력파 언더그라운드 가수이다.

세간의 인기나 명예, 재물에 욕심이 없었던 이 씨는 그저 노래가 좋아 가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모든 삶의 애증을 실었던 노래를 뒤로 한 채 깊은 산골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없이 불러 온 노래의 삶 속에서도 채우지 못했던 갈증과 회의가 그를 여기 태백산맥 끝자락까지 이끌고 왔던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무대, 산과 들

노련한 촌부들 앞에 어김없는 가을밭의 전쟁터에서 파죽의 대승을 이뤄내는 멧돼지 가족들.

땅콩 캐기와 옥수수 따먹기의 프로페셔널 너구리, 맨날 놀란 가슴 쓸어내리면서도 사람이 그리운지 뜨락까지 곧잘 찾아와 주는 고라니, 한번 쓰윽 지나만 가도 방금까지 영웅처럼 돼먹지 않게 굴던 장닭이고 뭐고 기십마리는 기절시켜 죽이는 닭들의 전설 살쾡이.

어떤 고출력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낼 수 없는 하이 피치로 온종일 소란을 피우는데도 귀 하나 안 따갑고 복더위를 식혀 주는 쓰르라미, 참매미, 말매미, 깽깽매미들..

그리고 착한 박새랑 개개비, 직박구리들과는 달리 농부들의 된 욕엔 아랑곳하지도 않는 못된 놈의 멧비둘기.

참깨니 들깨니 콩이니 죄다 거둬먹는 그 못 고칠 버릇 하나 빼고는 정말 못 된 게 하나도 없는데 촌부들에게 멧돼지, 너구리와 함께 가장 미움을 받는 그 녀석들..

하지만 그 허스키 창법은 어느 사연 있는 슬픈 재즈 가수가 따라할 수 없는 그 녀석들도 끊을 수 없는 촌부들의 한가족이지만 저들도 미안한지 멀찌감치에서 “구구 스스...”

항상 그렇게 구성진 음성으로 피곤한 농부들의 깊은 낮잠을 재촉해 주는 곳..

밤이면 개똥벌레들이, 쏟아지는 별들만큼이나 반짝이는 곳...
 
첩첩산중인데 꺽지와 은어, 모래무지의 천국인 강 같은 내가 흐르고 거긴 벙어리 같이 말은 않고 맨 날 자막질 하고 놀기만 하는 수달과 원앙이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그들의 무대가 그렇게 좋았고 바로 그 객석에는 유기영농단체인 돌나라한농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흘러들어온 그 가수는 어느새 자연과 벗이 되어 진실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한농의 농부들과 함께 웃고 함께 기쁨을 나누며 살아가는 농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석선(石仙) 선생님의 아름답고 진실한 삶에 대한 가르침을 받은 무한한 행복 속에 살아가는 친 가족들이었던 것이다.

아득히 동경만 해 왔던 그 진실한 삶에 대한 충격과 기쁨은 전혀 예상하거나 기대할 수 없이 찾아온 축복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석선(石仙) 선생님의 시집에 수록된 「아름다운 참사랑」의 싯말들이 커다란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왔고, 그 동안 사랑하여 불러 온 수많은 노래들로 인해 도리어 그 입술을 닫히게 했던 이 씨에게는 새로운 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랑은
상대를 위해 모든 것들,
자기의 생명까지 내 주는 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라오

노래가 좋은 무명 가수

인기 스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노래가 좋아 노래에 몸을 실어 가수의 길에 접어들었던 사람.. 이태종 씨는 그렇게 스무살 시절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음악다방 DJ를 시작으로 전국의 라이브 카페를 누볐다.

오랜 세월 무명가수를 지냈다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제작한 ‘팬 엔터테인먼트’를 소속사로 두고 수많은 라디오 프로그램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를 넓혀갔다.

또한 199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배용준 주연의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 주제곡인 ‘너여야만 하는 나’를 불러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 날개를 달고 막 날아오르려는 찰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1997년 그는 뜻밖에 깊은 산골의 농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연예계 생활 속에서도 때 묻힐 수 없었던 순수하고 질박한 삶에 대한 열망과 고민이 그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촌부(村夫)의 삶

양심적으로 사는 삶을 동경했던 그에게 연예계의 삶은 결코 그런 소망을 이루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남이 알지 못하는 갈등 속에 번민하며 오랜 세월 술과 함께 방황하던 그는 바로 오늘, 여느 가수와 다를 바 없던 장발의 머리카락을 단정히 잘라내고 새카맣게 타 버린 얼굴로 하해탈 같이 웃고 흙 속에 파 묻혀 진실을 파종하고 정직을 거두는 순전한 농부가 되어 있었다.

마이크를 움켜쥐고 노래의 필링(feeling)에 몸을 비틀던 그는 지게와 어깨에 멘 괭이자루에서 더 큰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후회요? 저는 이제 가수가 아닌 이 농부의 진실한 삶을 사랑합니다. 저는 이제 행복해요.”

가수 이태종 씨는 이렇게 환히 웃으며 말한다. 그는 이제야 마음의 평화와 진정한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듯 보였다.

새로운 만남

그러던 그에게 전에 겪지 못한 감동과 눈물, 기쁨, 감사에 젖게 되는 귀한 만남이 있었다. 그것은 첫사랑처럼 다가온 새로운 노래였다.

그가 평생에 찾아 방황했던 애인, 그 노래였다.

그는 얼마 전 어느 한농의 무명 작곡가로부터 악보를 한 곡 건네 받았다. 「아름다운 참사랑」이었다.
그 노래, 그것은 그가 찾던 첫사랑이었다.

“제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든 이 눈물겨운 감동의 「아름다운 참사랑」 시에 실린 노래.. 이것은 제가 스무살 때부터 불러 온 긴긴 노래의 노정에서 드디어 만난 첫사랑입니다. 이제까지 불렀던 수많은 사랑의 노랫말들에서 저는 제 영혼을 채울 수가 없었어요.

이 놀라운 사랑의 노래.. 저는 이제 이 「아름다운 참사랑」의 가수 이태종으로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참사랑의 가수로 불려지게 되는 것은 저의 영원한 행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노랫말처럼 숭고한 사랑을 배우고 생애로 노래하는 것이 저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태종 씨는 마음을 추스리며 말을 이어갔다.

“요즘 세상은 늘 새로운 곡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곡들은 언제나 사랑받는 히트곡이 되기 위해 경쟁합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곡들은 지나간 수많은 곡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서 잊혀져 갑니다. 저는 느낍니다. 이 곡은 모든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곡이 될 것입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저는 이제야 모든 이들 앞에 노래하는 것이 기쁨이 되었습니다.”
<맹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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