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호 변호사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계약'이란 양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만 있으면 성립되는 것이므로 구두 약속도 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

얼마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4명의 친구들이 술을 마시다가 문씨가 자신의 돈으로 복권 4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자 이를 받은 최씨가 “1등에 당첨되면 2억을 주겠다.”라고 구두 약속을 한 후 실제 1등에 당첨되자 8천만원만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1억 2천만원을 달라고 문씨가 소를 제기한 것에 대해 “말로 한 약속이지만 둘 사이에 당첨금 분배 약정을 맺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1억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 이처럼 구두약속도 계약으로서의 효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왜 약속을 계약서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따라서 서면으로 해 놓지 않고 서로의 기억력에만 의존하면 나중에 서로의 기억이 달라서 분쟁이 발생한다.

둘째, 사람은 변덕스러운 존재이다.
오죽하면 화장실 갈 때하고 나올 때 마음은 다르다는 말이 있겠는가? 구두로 계약을 해놓으면 나중에 상황이 바뀌는 경우 마음이 변하는 당사자가 나와서 분쟁이 발생한다.

셋째, 일정한 계약은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만 법적 구속력이 있다.
예를 들어 증여계약의 경우,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계약의 각 당사자는 이를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55조).

넷째, 서면화 되지 않은 구두계약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법원에서 입증에 매우 곤란을 겪게 된다.

민사소송의 기본원칙인 변론주의에 따르면, 어떠한 법률요건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스스로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되는데, 구두로 해 놓은 약속은 법정에서 상대방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 떼면 이를 입증하여 승소판결을 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여 서로의 서명날인을 해두시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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