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편중된 국내 뉴스 소비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털 스스로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이를 제대로 감시-견제할 협의체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김철관)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포털과 인터넷 매체의 상생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포털 중심의 뉴스 독과점을 극복하고 인터넷 신문이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포털, 수익만 추구하기보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신뢰성 확보 우선돼야

첫 발제를 맡은 공공미디어연구소 한찬희 연구위원은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찰’을 통해 포털사들이 주요 서비스인 뉴스를 언론사들로부터 공급받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에서 편집과 배치를 통해 뉴스가치를 탈가치화 시킨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포털 중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네이버에 대해 “뉴스캐스트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낚시성 기사와 선정성 논란이 뉴스스탠드로 전환된 이후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네이버는 뉴스를 제공해주는 언론사를 선정하는데, 선정과정에 대한 말도 많거니와 네이버에 의한 ‘언론사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상기했다.

그는 특히 “뉴스제휴사를 선정하기 위해서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하겠지만 군소언론사들은 진입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뒤이어“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이용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때로는 길잡이를 해주는 역할을 자처하며 시작된 포털이 이용자들이 이용할 정보가 많을수록 효용이 증가할 텐데 뉴스제휴 언론사를 제한하는 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찬희 연구위원은 네이버의 CI 옆 날개달린 모자에 주목하며 “이는 날개달린 신발과 더불어 그리스 신화 속에 헤르메스를 상징한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의 신’이다. 흥미롭게도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면서 거짓말 말재주를 상징하기도 한다”며 “헤르메스처럼 전령자로 보이는 동시에 거짓, 말재주를 통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대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그는 “자사 정보가 아닌 검색어를 기준으로 결과를 산출하는 구글, 야후와는 다르게 네이버는 검색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들의 대부분이 자사의 부가서비스들(카페, 블로그, 지식인 등)로 연결된다”며고 말했다.

그는“그래서 네이버는 자신들이 정보를 수집한 범주에서만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폐쇄적) 성향을 띠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네이버가 뉴스서비스업자가 아니지만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며 “포털이 확산된 이후 언론보다 높아진 위상을 고려해 수익만 추구하게 된다면 저널리즘은 더욱 황폐해져 버리고, 포털은 또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포털 감시·견제 위한 ‘민관 공동 협의체’ 구성 필요

이어 발제를 맡은 도형래 전 《미디어스》 편집장은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매체와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인 때가 있었지만,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 산업 전반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현재의 구도에서 인터넷 매체와 포털 사이트와이 관계는 어느 일방이 다른 한편에 종속된 것처럼 보인다”며 “특히, 인터넷 매체의 규모가 작고,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한 구독자 유입이 많을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도 전 편집장은 “이미 포털 사이트는 대응이라는 말조차 무색하게 하나의 장(場)이 돼 버렸다”며 “특정 사업자가 과점의 수준을 넘어서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규제 당국과 입법부 등이 새로운 인터넷 세상의 규칙을 제정하고 감시할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인터넷 매체사들 역시 포털 사이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매체 목소리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회나 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으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관련 언론단체의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도 전 편집장은 “이들 단체의 감시와 견제가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 부처가 공동으로 포털과 인터넷 매체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 협력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기에서 논의를 통해 포털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가칭) 인터넷(미디어) 상생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관련 기관 단체가 포털 사이트의 뉴스 콘텐츠 제공 매체 선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포털 사이트가 뉴스검색 제휴, 뉴스스탠드, 모바일 검색 제휴 등에서 제휴 평가 기준의 공정성 등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제자인 위즈덤와이즈 이홍일 대표는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빠르게 변화는 인터넷 환경과 뉴스 소비 패러다임을 인식해 인터넷 매체들이 적절히 대응한다면 포털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시간에서 이창은 인터넷신문 《대자보》 편집국장과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나서 포털의 문제점과 함께 인터넷 언론사들의 당면 과제인 독자 및 소비자에 관한 인권침훼·명예훼손 등으로 실추된 신뢰성을 회복하고 연대를 통해 모바일로 바뀐 뉴미디어 환경에서 생존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뉴스 유통에 있어 독보적 위치에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이번 세미나를 통해 포털과 인터넷 언론사의 상행 방안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여론조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인터넷 신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고 포털이 이를 인정해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 의원은“인터넷 포털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시장의 독과점이 발생해 상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세미나를 통해 중소 인터넷 매체들이 포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축사를 전했다.
<맹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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