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을 본 교황님의 한마디 "Muy simpatico!"(깊이 동감합니다!)

예수님이 한국에 오신다면 어디를 먼저 가실까.
청와대일까 명동성당일까. 밀양일까 시골공소일까.

우리 시대에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누구일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약자들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민은 최저임금 수준 아래의 인건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농민이 이렇게 사회적 약자인데도 오히려 정부로부터 더 많은 홀대를 받고 있다.

아니 한중 FTA, 쌀 전면개방 등의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통해 정부는 농민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교황님이 한국에 오셨다. 그동안 교황님의 행보로 보아 어디를 먼저 가실까. 부귀 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교황님이 우리 공소를 방문하시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박수치고 춤추며 노래하는 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노랫말을 짓고 작곡을 맡겼다.

빨간 고추를 따는 바쁜 시기다. 밤 8시에 모여 노래를 연습했다. 의자를 두드리며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노래했다.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네요.’ ‘천국이 따로 있나요. 지금 이 행복이 천국의 기쁨이죠.’

주일 미사를 마치고 동영상을 찍었다. 나는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것을 좋아하시는 교황님 역을 맡았다.

흰 여름 수단을 입고 집에서 만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면을 썼다. 전용차는 내 자가용인 6인승 트럭이다. 반장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트럭에서 내렸다.

교황님의 공소 방문을 축하하는 노래가 시골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이고 발이 리듬을 따라 흥겹게 움직였다.

큰 냄비뚜껑을 양손에 들고 꿍짝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천국열차를 타고 행복의 나라로 가는 듯 한 감동이다.
해바라기꽃처럼 활짝 핀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들, 행복의 나라 노래에 취한 어린이들처럼 신명이 났다.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언제 보았던가. 코끝이 찡해 온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교황님이 시골공소에 오셨으니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교황님이 공소를 방문하신 것만으로 행복한데 함께 손잡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있으니, 그 행복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희망을 준다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세상은 그만큼 희망이 넘칠 것이다.

그 한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가. 한 사람을 넘어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시는 교황님, 그 교황님 역을 맡았으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행복할 때 불행한 사람들을 기억하라고 누가 말했던가.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 되지 않도록 명심하라는 말일 것이다.

특히 양심이 없는 천민자본주의와 가난한 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고위 지도자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복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꽃다운 아이들을 세월호에 수장시키며 배우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 채 뽑으려는 교황님과는 정반대로 부정부패를 은폐하려는, 한 지도자가 수 천 만 국민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이처럼 추한 일이 교황님 방문으로 눈 녹듯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지 않고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밥그릇,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탐욕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천주교회를 넘어 모든 종교 지도자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더 많은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시는 교황님의 삶과 정신을 실천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길 간절히 두 손 모은다.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 것일까. 예수회 한국지부장 정제천 신부는 교황님 방한 4박 5일 동안 통역을 맡았다.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이다. 나는 용기를 냈다. 카톡으로 편지를 썼다.

"교황님 사칭죄, 아주 큽니다. 근데 보기 좋습니다. 공범 할래요.”(아르헨티나 교포의 유투브 동영상 소감)
나의 사제서품 모토는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루가4,18)는 말씀입니다.

우리 시대 가난한 사람들인 농민과 자연을 선택하기 위해 진안 부귀공소에서 신자들과 농사를 배운지 6년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농부입니다.
밀농사 짓는 농부가 없으면 성체를 축성할 수 없습니다. 포도농사 짓는 농부가 없으면 성혈도 축성할 수 없습니다.

공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과 밤 8시 공소에 모여 '프란치스코 빠빠, 우리 사랑'을 연습했습니다. 맨 처음 트럭을 타고 저희공소를 방문하는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교황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자급자족 만나생태마을에서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공동체를 이루며 생태적으로 사는 삶이 너무 힘듭니다.
도망가고픈 유혹이 매일 찾아옵니다. 그 유혹을 이기게 해주는 분들이 공소신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교황님 생각만 해도 힘과 용기가 솟아납니다. 무엇보다도 농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가에 이슬이 고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눈물이 예수님의 연민의 정,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연대의 눈물이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신 교황님, 그래서 교황님 방한 축하노래를 소박하게 준비했습니다.
노래연습을 하면서 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너무도 행복해 하셨습니다. ‘우리 사랑 빠빠’ 라는 희망의 노래가 영혼을 가득 채웠습니다.

저희공소가 천국이라는 것을, 그런 큰 선물을 주신 교황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공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영광이 될 수 있게 교황님께서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고추 따고 밭에서 일하고 밤에 모여 연습했습니다.

공소신자들에게 평생 추억이 되도록, 천국에서 교황님 만났을 때, 공소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교황님께 자랑거리가 되게 말입니다.

“우와, 최 신부님, 잘 만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교황님께 보여드릴게요. 좋은 하루 되시게요.교황님께서 방금 보시고 “Muy simpatico!”(깊이 동감합니다!)라며 좋아 하시네요. 안부 전해달라고 하셔요. 교황님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하신다고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춤추며 “프란치스코 빠빠, 우리사랑”을 노래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사랑하는 만큼 많이많이 퍼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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