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씨의 둘째 딸이자, 세월호 사고로 숨진 김유민 양의 한 살 아래 여동생인 김유나(17) 양이 아빠와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소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다음은 김 양의 편지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산에 살고 있는 김유나라고 합니다. 저희 집 옆에는 단원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저희 언니는 단원고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항상 착하고 똑똑하고 바르던 저희 언니였습니다. 항상 저에게 예쁘다고 해주던 착한 언니였습니다.

저는 언니에게 예쁘다는 말도 못해 본 그런 동생입니다.

항상 언니에게 틱틱대고 화내고 짜증만 냈습니다. 지금 언니가 있으면 칭찬도 해주고 싶고 껴안고 싶고 같이 누워서 수다 떨다가 잠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희 언니는 지금 제 옆에 없습니다.

저희 언니 이름이 '김유민'입니다.

아버지는 현재 단식 중이신 '김영오'이십니다.

저희 아빠가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제발 한 번만 만나서 귀를 기울여 주세요.

전 지금 아빠와 밥을 같이 먹는 것이 소원입니다. 아빠가 단식을 그만 두게끔 연락도 해봤습니다. 소용이 없습니다.

저희 아빠가 단식을 그만두는 방법은 딸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십니다.
8월20일 수요일에 아빠가 대통령 면담 신청하려고 청와대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이 막아서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 아빠는 더 많이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언제든지 만나주시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대통령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씀하셔서 유가족분들이 많이 속상해하시고 계십니다.

현재 법을 정하는 국회의원도 유가족을 외면하는 상황에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빠가 더욱 더 걱정입니다.

제발 힘든 저희 아빠 쓰러지기 전에 한 번만 만나서 얘기 좀 들어주세요. 국민들도 원하고 있습니다.
교황님마저도 저희 아빠를 만나러 오셨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한 번만 관심을 갖고 찾아서 아빠 좀 도와주세요.
이러다 저희 아빠 죽습니다. 저희 아빠 아니 한 국민 좀 살려주세요. 지금 광화문에 가면 같이 단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민들의 고생 좀 덜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편지에 제 심정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저의 진심이 전달이 될지… 혹은 이 편지를 안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등학교 1학년 어린아이 편지가 아닌 한 국민의 편지로 봐주세요.
비록 짧고 비루하고 부실한 편지 한 통이지만 저의 부탁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아빠 살려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4년 8월21일
'김영오'의 둘째 딸 '김유나' 올림.

한편 40일 째 단식 농성을 벌여온 김영오 씨가 지난 22일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가족대책위는 유민아빠가 수치상 위험범위는 벗어났지만 혈당은 아직 낮은 상태라며  김씨의 현 상태에 대해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