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회전, 원기회복 돕고, 소화기능 향상시켜 '활력증가'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맛은 엄마의 유즙에 있는 유당이다.
우리의 입맛은 처음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어린 시절 맛 본 조청이 그랬다. 
그 순수한 맛을 평생 맛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무심코 차린 밥상이 우리 가족 수명을 단축 시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먹거리 문화에도 웰빙(well-being)의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지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먹거리를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12월 첫날, 첫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이지만 반가운 입소문에 끌려 취재에 나섰다. 
경북 춘양골(돌나라 춘양지부), 황영숙씨가 우리 농산물로 '전통 가마솥 명품 조청'을 만든다는 것.

왠만한 공해조차 거리가 멀어서 날아들 수 없는 청정 마을 춘양골,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가 되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옛 시골 대가족 부엌, 7, 8평 남짓한 곳에서 이미 장작불은 '훨훨' 타 오르고 있었다.

아주머니 몇 분이 조청이 넘칠세라 수증기 속에 쌓여 용광로 같은 가마솥 안을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휘휘 젓고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옛 고향에 온 듯 했다. 

새벽 6시 부터 조청을 달이기 시작하면 오후 4시경이 되어야 완성품이 되어 나온단다.
하루 전날 밥을 해서 국산 보리로 손수 싹을 틔운 엿기름을 넣고 12시간 이상 삭힌다.

그리고 엿밥을 걸러낸 다음 7~8시간 센 불에서 오랫동안 저어가며 달여야 한다. 만 이틀을 꼬박 사람의 손으로 씻고 담고 걸러내고 젖는 것이다.

독성을 피해 플라스틱 도구는 사용하지 않고 나무주걱 등 친환경 도구만을 사용한다. 조청 한 통에도 장인정신(匠人精神)이 들어 있었다. 

조청은 당분 함량은 많지만 열량이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뇌에 영양을 공급해 기억력 향상과 집중력을 높여 준다. 

그리고 몸 속에서 포도당으로 빠르게 분해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이나 노약자들이 먹으면 바로 에너지가 보충된다. 

 
조청을 만드는데 쓰이는 엿기름은 혈압, 당뇨, 성인병에 도움이 된다.
간 기능 개선, 면역력 강화, 소화성궤양, 아토피 피부질환 등에도 효능이 있다. 

중국의 <중약대사전>에는 "엿은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훈훈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더구나 ​이들은 사람에게 유익한 성분이 자연스럽게 축적 되어 있는 깨끗한 유기농 원재료를 사용한다. 거기에다 인위적인 화학식품 첨가물이나 인공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먹거리에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먹거리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채워 삶의 활력을 증진 시키고, 몸에 면역력을 증가시켜 건강을 지키자는 '건강 파수꾼' 들이었다.

몸과 땅은 둘이 아니요, 제 땅에서 산출(産出)된 것이라야 체질에 잘 맞다. 그런 신토불이(身土不二)와는 '촌수'가 먼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것)=유전자변형(GMO)' 농산물이 우리의 밥상을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맞서 신토불이 전통만을 고수하는 국내 유기농 단체인 돌나라 봉화지부에서는 우리 농산물로 전통 '가마솥 조청'과 '청국장'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후 4시가 되자 장인(匠人)의 얼이 들어 있는 명품 조청이 얼굴을 선 보였다.
이런 조청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판로가 많지 않다는 말에 이래저래 아쉬움이 커진다.​
추운 이 겨울, 구수한 신토불이 유기농 청국장을 끓여 놓고, 달콤하고 영양이 가득한 가마솥 조청으로 힐링이 넘치고 건강 가득찬 밥상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유난히 옛고향이 그리운 겨울이다.
<자유기고가/엄정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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