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무해하고 숨쉬는 친환경 전통한식미장
세계가 인정한 전통한식 장인정신 깃들어

"임진왜란과 몽골 등 잦은 외세침입과 6.25 전쟁을 기점으로 소중한 문화재 등이 수난을 당했습니다.
더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문화재 수리 및 복원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중한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45년 남짓 오직 외길인생을 살아오며 500여 곳의 전국 문화재를 대상으로 보수, 수리, 복원사업을 통해 배홍열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배흥열 명인은 기회가 주어지면 전통한식미장 시공법을 책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소망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국내 일원에 산재한 문화재마다 자신의 혼과 땀이 스며있을 정도라며, 열정이 아니면 안된다고 술회한다.

3대째 천직으로 가업을 이어온 그는 희소가치가 높은 전통한식미장에 입문한 드라마틱한 과거를 들려준다.
지난 1982년 10월, 굴지 대우에서 해외파견 근로자를 모집할 때, 800여 명이 응시, 9등으로 합격한다.

이후 그는 리비아로 파견돼 리비아 현장에서 대형 건설공사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파견된 대다수 사람들이 미장부분에 시공을 실패하고 또 실패하며, 그는 미장부분에서 독보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 당시 현장에서 깜짝 놀랄 일을 배흥열 명인이 해낸 것이다.
한식미장부분에서 많은 미장공들은 배흥열 명인처럼 기법을 전수받을 정도로 차별화 기술이 인정받게 됐다.

배 명인은 단호하게 전국적으로 자신 만큼 업적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관련 업계의 호평이다.

배흥열명인은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있어 영주의 만해고택, 그리고 서천에 이하복고택을 보수한 일이 깊은 인상에 남는다는 귀띔이다.

“일을 하면서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해 본적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더 꼼꼼하고 더 세밀한 공정을 지켜 왔습니다.”

배흥열 명인에게 맡겨진 일인데 문화재를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그의 혼과 땀, 열정이 다 들어가야 한다는 지속가능한 미래지향 진단이다.

전국을 무대로 웰빙 황토집을 짓고, 후학을 위해 전통한식미장 공법(시공기법)을 책으로 만들어 주는 전문기법이 탁월하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장차 국가문화재 보존을 위해 혼신의 여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장인으로 손꼽히는 그는 한식미장의 영역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일 만큼 그 역사와 기술력이 다양하다고 상기한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하고, 이를 통일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식미장에 관련된 내용을 표준화하는 것 또한 급선무입니다. 문화재 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공하기에 통일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표준화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빨리 모든 시공관련 정보를 표준화하고 이를 공유해 문화재 표준 복원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배흥열 장인은 문화재 수리현장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부실시공 방지와 철저한 문화재 원형 보존을 기하는데 헌신해 오고 있다.

"한식미장은 국가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미장 장인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있기를 바라며, 한식미장의 미래 발전을 위해 보다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무해하고 전통한식 미장 원형보존 바람직
배흥열명인, 전통기법 후손에 길이 전수해야

“미장은 마감공사라 항상 시간에 쫓겨요. 거기다 물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롭지요.”
한식미장에는 양성(용마루의 회벽), 당골벽(서까래와 여장사이의 틈새 벽) 쌓기, 바닥줄눈, 바닥 강회다짐 공사 등이 이뤄진다.

‘물 때’란 회반죽에 포함된 물기가 적절해 점착력이 가장 좋은 때를 일컫는다. 회반죽은 소석회와 마사토를 섞어 해초 끓인 물로 개어 만드는데, 물기가 마르면 석회가 굳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작업현장에서 만들어 쓰는 회반죽의 접착력이 좋고 공사 뒤에 내마모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반죽용 해초는 듬북 또는 은행초를 쓰는 기법이 동원되는 바, 봄과 가을철에 채취해 1,2년 동안 말린 것을 주로 사용한다.

마사토는 반죽이 쓰이는 부위에 따라 굵기를 달리하고 색깔을 맞추는게 정례로 알려진다.
보통 미장은 단순히 벽마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건축공사에서 반죽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그래서 19세기까지 니장(泥匠)이라 하다가 서양건축기법이 들어오면서 미장(美匠)이라고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벽, 담장쌓기, 바닥다짐, 온돌바닥마감, 앙토받이(서까래 사이의 마감) 등이 미장의 몫으로 회자된다.
기둥과 지붕을 제외하면 모두가 미장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셈이다.

벽에도 일반 벽체나 지붕의 각이 합쳐지는 합각벽, 고막이(하인방과 바닥 사이) 등 부위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고 있으며 쌓는 방식이 다르다.
담장 역시 재료에 따라 사고석담장, 와편담장, 꽃담장, 토담장, 토석담장으로 나뉜다. 부문마다 공사 노하우와 미적감각이 필요하다는게 한식미장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시멘트 미장의 경우 환기가 안되는 겨울에 실내작업을 하면 눈이 따가워 견디기 힘든데다 미장이들이 새집증후군(SHS)을 먼저 앓는 이유가 크다.
친환경 한식미장의 필요성이 더없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식미장 명인들은 남산의 한옥마을, 북촌의 한옥마을을 두고 형식만 한옥이지 벽체, 담장, 천장 등에 현대건축 기법이 동원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벽에 스티로폼을 넣고 시멘트 블록을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등 기와를 잘라 타일처럼 붙여 흉내만 낸것에 불과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먼훗날 귀중한 문화재의 보수 및 복원된 건물을 후손들이 해체해 보면, 한식미장 공법은 이렇게 하는 것이 도제식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충고한다.

배흥열 명인은 “오랜동안 한식미장 일을 하면서 어렵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세밀한 공정을 통해 후대에 부끄럽지 않는 전통한식 미장기법이 전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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