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
의료선교사(알렌, 에비슨)와 후원자(세브란스) 후손 초청
고종 하사품 태극훈장, 에비슨박사 착용 안경 100년만에 돌아와
학술심포지엄, 기념음악회, 미디어 파사드 행사로 정체성 고취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인 제중원(광혜원)에 뿌리를 둔 연세대학교 의료원이 개원 130주년 기념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갖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높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개원 130주년 기념행사에는 구한말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근대의학을 정착시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알렌-에비슨의료선교사와 세브란스병원 설립에 영향을 준 세브란스 후손들이 연세의료원을 방문해 관련 유물을 기증할 계획이라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의료원장 정남식)은 오는 10일 제중원 개원 130주년을 맞아 기념식과 학술심포지엄, 음악회와 미디어파사드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갖고 우리나라 근대의학 발원지로 맡은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긴다.

고종이 하사 태극훈장, 에비슨 안경...100여년 뛰어넘어 세브란스 교정에

<고종이 하사한 태극훈장>
먼저 제중원 개원 130주년 기념식이 이날 오전 10시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된다.
기념식에는 특별초청을 받은 알렌과 에비슨 박사, 그리고 세브란스씨의 후손들이 미국에서부터 방문하며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 121병원 관계자도 참석해 제중원의 창립정신을 되새긴다.

국내 인사로는 김춘진 국회보건복지위원장,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참석 할 예정이다.
김석수 연세대학교 법인이사장, 박삼구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 홍영재 연세의대 총동창회장 등 대학관련 인사도 축하 자리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알렌 박사의 증손녀(리디아 알렌)가 간직해 온 태극훈장과 도관(차 주전자), 그리고 에비슨 박사의 증손녀(쉴라 호린)가 보관해오던 안경 기증식도 열린다.

태극훈장은 1905년 알렌 박사가 영구 귀국할 때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당시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상위 훈격을 지닌 소중한 유품이다.
 
이와 함께 중화민국 대총통 위안스카이(원세개)로 부터 받은 차 주전자도 기증된다. 위안스카이는 휘하의 병사들을 치료해준 알렌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시로 선물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연희전문학교 책임자로서 한국 근대사에 영향을 준 에비슨 박사가 착용하던 안경도 세브란스의 품으로 돌아와 근대의학 효시가 되는 병원의 의미에 무게를 더할 예정이다.

국민과 함께한 130년..세브란스 창립정신 살피는 심포지엄 개최와 단행본 출간

제중원에서 명칭을 변경해 세브란스로 이어진 130년의 흐름을 살피는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된다.
10일 오후 2시부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당에서는‘제중원 개원 13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3시간여로 계획된 심포지엄은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연세의대 의사학과 여인석 교수가 좌장을 맡는 1부 에서는 ▲제중원 설립과 선교사들의 역할(연세대 신학과 최재건 교수) ▲제중원과 에비슨(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 前 국사편찬위원장) 주제발표가 계획됐다.

연세의대 유승흠 명예교수가 좌장을 담당한 2부에서는 ▲제중원 뿌리논쟁의 경과와 쟁점(연세의대 의사학과 신규환 교수) ▲‘국립병원’계승론의 허상(연세대 사학과 김도형 교수) ▲제중원과 민간사회의 국민 만들기(중앙대 역사학과 장규식 교수) 주제의 일반발표가 이어진다.

마지막 3부는 발표자 전원이 모두 참여하는 패널토의 시간으로 꾸며진다.

심포지엄은 의료선교사들의 역할과 눈부신 활동상을 함께 나누고 제중원과 오늘의 세브란스를 하나로 이어‘제중원이 곧 세브란스’임을 학술적 자료로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와 의학사연구소는 제중원 130주년을 맞아 관련된 4권의 단행본을 출간해 학술적 관심도를 높인다.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의사들󰡕, 연세의학사총서2, 역사공간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선교병원󰡕, 연세의학사총서3, 역사공간 ▲여인석·신규환 지음, 󰡔제중원 뿌리논쟁󰡕, 의학사강좌1, 역사공간 ▲신규환·박윤재 지음,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역사공간

<1885년 당시 제중원의 전경>
치유와 감동으로 국민사랑에 보답하는 기관되겠다는 다짐의 시간 마련

제중원 개원 130주년을 축하하는 문화행사도 마련돼 연세의료원에 변함없이 보내주는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에 보답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다짐의 시간으로 승화 될 전망이다.

오후 6시 30분부터 연세대학교 백양아트홀에서 거행 될 기념음악회는 연세대 음악대학 김관동 학장이 총괄지휘 아래, 이택주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연세신포니에타와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아, 테너 강무림, 피아니스트 한영란 등 국내 정상급 음악가들이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청산에 살리라 등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옥같은 가곡들을 들려준다.

기념행사의 대미는 미디어파사드(Media Fasade)가 장식한다.
이는 입체영상을 건물외부 벽을 스크린 삼아 투사해 건축물을 시각적 아름다움 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물로 사용하는 예술형식 이다.

연세대 내 백주년 기념관에서 LED영상을 송출하여 복원된 광혜원 건물벽을 이용해 130여년의 제중원과 세브란스 역사를 보여줄 예정으로, 해당분야 거장으로 손꼽히는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김형수 원장이 프로그램 총괄연출을 맡았다.

또한, '동은의학박물관'도 제중원 개원 130주년에 맞춰 재개관 한다.
의과대학 내에 자리 잡은 박물관은 휴지기간 관내 정리와 전시품 재배치를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켰다.
 
이어 전체 전시품의 30%를 새로운 유물로 교체해 의학역사에 대한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사람을 구제하는 집’이라는 이름의 뜻인 제중원은 국내 첫 근대식(서양식) 의료기관으로 1885년 4월10일 선교의사 알렌에 의해 ‘광혜원’이란 이름으로 현재의 헌법재판소 자리인 재동에 세워졌다.
 
고종의 명에 의해 개원 2주일 만인 4월26일에 ‘제중원’으로 개명했다.
제중원은 단순히 병을 치료를 해주는 기관을 떠나 국내 첫 의학교육과 고등교육을 실시해 우리나라 스스로 인재를 양성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중원은 이후 구리개를 거쳐 1904년 남대문에 ‘세브란스병원(세브란스씨 기념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1962년 현재의 신촌지역으로 이전한 후, 오늘에 이른다.

<참고자료>
제중원 130주년 기념 출간 단행본

1.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의사들󰡕, 연세의학사총서2, 역사공간
이 책은 의학사연구소가 5년여 동안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의 의학사 권위자와 함께 발표한 내용을 싣고 있다.

동아시아의 의사직의 전통은 근대서양과 같이 전문직업적 의료시술의 전통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효라는 유교적 전통과 비직업적 의료시술에 바탕한 것이었다.

이 책은 󰡔주례󰡕의 의사로부터 동아시아 근현대의 의사와 한의사에 이르기까지 의사를 둘러싼 제도, 면허, 인물, 사회적 지위 등 동아시아 의사들의 존재상을 밝혔다. 동아시아 역사 속의 의사상을 다룬 전문서적으로는 세계 최초다.

2.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 엮음, 󰡔동아시아 역사 속의 선교병원󰡕, 연세의학사총서3, 역사공간
이 책은 제중원 126주년 기념하여 개최한 국제심포지엄 내용을 근간으로 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삼국에서 선교의학과 선교병원이 어떻게 도입·발전되었고, 제국주의와 (반)식민지를 경험하면서 선교병원이 국가권력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으며, 관립병원과는 어떠한 차별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해 보고자 했다.

국제세션에서는 한국의 제중원, 해주요양원, 중국의 시병원, 일본의 성누가의원 등에 관한 논의가 실렸다.
 
국내세션에서는 미국 북장로회의 제중원, 캐나다장로회의 용정 제창병원, 호주장로교회의 배돈병원, 미국 감리교의 원주 서미감병원, 재림교회의 위생병원, 그리고 연세의료원의 의료선교 사역 등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속 선교병원의 활동을 검토하고 있다.

3. 여인석·신규환 지음, 󰡔제중원 뿌리논쟁󰡕, 의학사강좌1, 역사공간
이 책은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을 자신들의 뿌리라고 주장을 시작하게 된 배경, 경과과정, 논점 등을 정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련 사료와 미해결과제 등을 제시했다.

이 책은 제중원 창립 70주년을 축하하는 서울의대의 축하광고, 사실을 왜곡하는 엉터리 사료의 진실, 서울대병원이 모태로 추숭하는 대한의원의 본질 등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논리찾기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들의 주장하는 국가중앙병원이라는 것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식민지의료기관인 광제원과 대한의원을 계속해서 기념할 것인지, 조선총독부의원과 경성제대 의학부 부속의원의 계승문제 등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부터 대답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제중원 뿌리논쟁의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다.

4. 신규환·박윤재 지음, 󰡔제중원·세브란스 이야기󰡕, 역사공간
이 책은 신규환, 박윤재 교수가 월간 󰡔세브란스병원󰡕에 4년 동안 연재한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제1부는 갑신정변 이후 제중원의 탄생부터 세브란스연합의학전문학교 성립을 전후한 시기까지 주요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뤘다.
 
제2부는 세브란스병원의학교 제1회 졸업생부터 1970~1980년대까지 활약했던 인물 중에서 한국의료계를 주도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다뤘다.

이 책을 통해 격랑의 한국근현대사 속에서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 창립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발전하기까지 어떠한 굴곡을 거쳤는지, 제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다양한 경험들을 읽어낼 수 있다.
<권병창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