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의 극단적 님비, 신도들 불편가중 호소

<24일 오후 법원리 소재 보신사의 주지 혜각스님이 서경보 입적 스님의 흉상앞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포즈를 취했다.>
<노폭이 절반으로 줄어든 사찰 진입로가 농로로 변해 흉물로 전락했다. 당초 4m 넘게 조성된 도로가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길로 잘려 나갔다.>

30여년 남짓 신도들이 드나들던 사찰 진입로가 토지주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청와대에서 진상파악을 지휘했다.

몸살을 앓고 있는 사찰은 파주시 법원읍을 에워싼 해발 263m 자웅산 자락 普信寺(보신사 혜각스님)로 사찰앞 협소로가 진입도로로 애용됐으나, 토지주의 거친 반발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사찰 뒷편에 솟아있는 고풍스런 7층 석탑>

더욱이 보신사의 일부 신도는 관련 사안을 둘러싼 지리한 다툼에 청와대로 진정한 바, 관례상 국민권익위 등 요식통로가 아닌 관할 경찰서를 통해 사태파악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차량통행이 가능했던 사찰 진입로는 아예 포크레인을 투입시켜 절반 너비로 잘려나간 데다 논두렁으로 전락해 인도로만 제구실이 가능할 뿐이다.

비구니 보신 혜각스님은 사찰의 관리와 신도의 편의도모를 위해 오랜기간 도량을 쌓아오면서 보신사 경내에서 세계적인 불교행사까지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 환생으로 추앙받던 달라이 라마(81)의 동자승이 88올림픽과 1989년 한국에서의 세계불교대회를 뒤로 파주 법원읍의 현지 사찰에 다녀가는 초유의 승력(僧歷)을 선보였다.

심지어 주지 혜각스님은 사찰 뒷편에 마련해둔 산터에 어려움을 겪는 불우한 학생들을 위해 연수원을 준비하려 모아둔 당시 5억여원의 거액을 사기당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일붕선교종단의 입적한 서경보스님의 애제자이던 혜각(88세)스님은 수사를 하던 경찰서에서 현행범으로 이모(여) 씨를 연행해 쇠고랑을 차기직전 선처를 바란다며 오히려 이 씨를 용서한 일화는 널리 회자된다.

 
익명의 신도 김모(58)씨는 “사유지로 보호받아 마땅하지만, 개인 땅이라는 이유로 도로까지 유실하는 처사는 도의적으로도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는 자신의 토지에서만 생활하면서 국가와 다른 사유지에는 단한번도 다니지 않겠다는 몰염치한 행각이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련의 상황에 관할 차상범 법원읍장은 고질적인 민원으로 본의아니게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가능한 선에서 토지주를 설득하며 진입로 복원화 작업 등 설득에 나섰으나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토지주인 우 모씨는 재산권 행사에 따른 법리공방과 사찰 측과의 감정이입으로 고착상태가 지속된 가운데 사찰측은 관할 당국의 중재에만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보신사와 신도들은 덕망있던 초대시의원으로 사회공헌 차원에서 원만하게 사태해결을 마무리 짓길 바랄 안타까운 형국이다.

이와관련,손윤하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사건의 개요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알겠지만, 이용도로를 임의조치 한 것은 통행방해에 따른 민-형사상 처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이 관례"라고 조언했다.
<권병창 기자/사진=김영환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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